토니상 8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뮤지컬 ‘원스’가 비영어권 최초, 아시아 최초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2007년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 저예산 인디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원스’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엔다 월쉬, 연출 존 티파니, 음악 마틴로우, 안무 스티브 호겟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한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드림팀에 의해 무대로 옮겨졌다.
무엇보다 기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규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작품이어서 관심을 끈다. 특히 오케스트라 없이 13명의 배우들이 무대에서 직접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만돌린, 아코디언,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고 노래한다. 화려한 군무나 안무는 없지만 배우들에겐 이보다 더 까다로운 작품이 없다. 노래와 춤, 연기에 앞서 악기 연주 능력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배우 오디션에 참여한 김문정 국내협력 음악감독도 “노래와 연기와 춤을 하고 악기까지 연주할 수 있는 배우를 뽑은 것이 아니라, 악기를 기본으로 연주할 수 있고 거기에 노래와 연기와 춤을 할 수 있는 배우를 뽑았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원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윤도현. ⓒ 데일리안 김용현 객원기자
25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BBC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선 치열한 오디션 과정을 거쳐 낙점된 배우들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Guy) 역의 윤도현과 이창희는 기타를 잡고 무대에 섰고, 여자(Girl) 역의 전미도와 박지연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 평소 가수로 더 친숙한 윤도현과 달리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은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선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윤도현은 ‘원스’ 제작 소식이 알려진 단계부터 캐스팅 1순위로 거론됐지만 그 또한 오디션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간 여러 뮤지컬을 소화했지만 오디션은 처음이었다.
윤도현은 “오디션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워낙 하고 싶은 작품이라 기꺼이 임했다. 참 떨리더라. 떨어질까봐 불안하기도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품을 위해 기타 레슨을 받고 있다는 윤도현은 “나도 기타를 참 많이 쳤는데 첫 날 연습을 하는데 모르는 부분들이 많더라. 그 이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내 음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도현과 함께 더블 캐스팅 된 이창희는 “오디션 기간이 너무나 혹독했고 지옥 같았다”며 “그 기간의 고생이 보상받는 것 같아 떨리고 기쁘다”고 말했다.
뮤지컬 ‘원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전미도(왼쪽)와 박지연. ⓒ 데일리안 김용현 객원기자
여자 역의 전미도는 “‘원스’를 연습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의 떨림은 사라졌는데 피아노를 치는 것에 대한 떨림이 심해졌다”며 “평소 피아노를 잘 치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 ‘원스’를 통해 이뤄지게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박지연은 “영화 대본까지 소장할 정도로 마니아처럼 좋아하는 작품이었다. 평소 ‘falling slowly’를 들을 때마다 이 곡을 내가 무대 위에서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행복해했다.
뮤지컬 ‘원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태훈 협력연출(왼쪽)과 김문정 음악감독. ⓒ 데일리안 김용현 객원기자
2012년 연극 ‘블랙워치’로 내한한 바 있는 영국 출신 연출가 존 티파니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다. 국내협력 연출은 연극 ‘레드’로 호평을 받은 김태훈이 맡았다.
김태훈 연출은 “아일랜드 더블린이 배경이나 한국과 감성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아 공감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믿는다. 영어로 익숙한 곡들을 한국말로 불렀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아일랜드 체코 이민자들의 유머 코드가 있는데, 이를 어색하지 않게 한국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새 장을 열게 될 ‘원스’는 오는 12월 14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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