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퇴장 페페…함정 파고 기다린 뮐러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6.17 09:52  수정 2014.06.17 13:31

전반 36분, 뮐러에 박치기 후 곧바로 레드카드

참을성 부족한 페페 심리 교묘하게 이용

페페는 박치기 한 방으로 가장 멍청한 퇴장을 당했다.(SBS 화면캡처)

포르투갈의 수비수 페페(31·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어이없는 퇴장으로 팀을 망쳐버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은 17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독일과의 G조 첫 번째 경기서 졸전 끝에 0-4 패했다.

대패의 원흉은 전반 36분, 자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채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난 페페였다.

페페는 볼을 돌리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압박해 들어온 토마스 뮐러와 몸싸움을 벌였다. 이때 페페의 손에 얼굴을 맞은 뮐러는 아파 죽겠다는 제스처와 함께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접촉은 있었지만 큰 타격은 아니었다.

이를 다혈질적인 성격의 페페가 가만둘 리 만무했다. 페페는 곧바로 뮐러에게 다가가 엄살떨지 말라며 박치기와 함께 강하게 항의했고, 다시 뮐러가 흥분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주심은 곧바로 달려와 두 선수를 뜯어말린 뒤 가차 없이 페페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쓰러진 뮐러에게 박치기를 가한 비신사적 행위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는 뮐러의 지능적인 플레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뮐러의 전후과정 행동들을 살펴보면 페페를 흥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한 연출을 한 정황들이 포착된다. 그리고 뮐러의 계산된 행동은 전반 36분만의 퇴장이라는 의외의 성과로 나타났다.

페페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내몰린 포르투갈은 2골을 더 내주며 참패를 감수해야 했고, 뮐러는 해트트릭으로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득점왕을 위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페페를 퇴장시키기 위한 뮐러의 행동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대 축구는 기술적인 부분 외에 심리적으로도 완벽히 무장한 채 경기에 나서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 감독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독설을 내뱉는 등의 이유도 상대를 흔들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다.

상대의 도발이 의도된 행동임을 페페 자신도 빤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 입장에서는 너무도 고맙게도 파놓은 함정에 걸려든 페페다. 팀 조직력을 와해시킨 페페야말로 가장 멍청한 퇴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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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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