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케로니 오판’ 섣부른 잠그기가 불러온 대재앙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6.15 12:32  수정 2014.06.15 16:18

중원 수비 강화 후 풀백 공격 가담, 절반의 성공

드록바 투입 후 투톱으로 전환되자 수비라인 붕괴

자케로니 감독은 후반 초반부터 잠그기에 들어갔고, 결과는 역전패였다. ⓒ 연합뉴스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듯 했던 일본의 ‘스시타카’는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에 위치한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코트디부아르와 C조 조별 예선 첫 경기서 1-2 역전패했다.

일본은 전반 16분, 간결한 패스에 이은 혼다 케이스케의 선취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디디에 드록바의 투입으로 분위기를 전환한 코트디부아르의 공세를 막지 못해 윌프레드 보니와 제르비뉴에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일본의 준비는 완벽했다. 하지만 계산이 틀리고 말았다. 먼저 자케로니 감독은 코트디부아르 공격의 핵인 야야 투레를 막기 위해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 큰 효과를 거뒀다. 이는 전반전을 우위로 점한 결과로 나타났다.

축구는 45분만 하고 끝나는 경기가 아니다. 전, 후반 90분을 보내기 위해 감독은 일종의 ‘틀’을 짜야한다. 이 부분에 있어 자케로니 감독은 야야 투레만을 막는데 주력했다. 공격의 시발점인 그를 봉쇄하면 코트디부아르의 맥을 끊어놓을 수 있다는 셈법에 의해서였다.

이를 간파한 코트디부아르의 사브리 라무쉬 감독은 후반이 시작되자 전술의 변화를 줬다. 앞서 일본의 양쪽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자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겠다는 심산이었다.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선 일본은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하세베 마코토와 야마구치 호타루가 철저히 수비적인 역할에만 치중했다. 따라서 역습 전개 시 양쪽 풀백인 나가토모 유토와 우치다 아츠토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힘을 실었고,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이 전략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볼 점유율을 유지한 채 측면 수비수들이 전진하다 보니 코트디부아르의 윙어였던 제르비뉴와 살로몬 칼루도 한 발 뒤로 물러서 공격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잠그기 전술로 전환했다. 1골의 리드를 지키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는 디디에 드록바의 투입과 함께 재앙으로 다가왔다.

일본은 첫 번째 교체카드부터 실패였다. 경미한 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하세베의 수비력은 나무랄데 없었다. 그러나 자케로니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인 엔도 야스히토를 투입, 야마구치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물론 엔도의 투입은 ‘스시타카’를 극대화해 볼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후반 17분 드록바가 그라운드에 투입, 코트디부아르는 원톱 전술에서 투톱으로 전환해 일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야마구치 홀로 볼을 차단하기에는 상당한 무리였고, 이로 인해 양쪽 풀백들이 공격 대신 협력 수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수비 라인이 뒤로 대폭 물러나자 코트디부아르의 윙어들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했고, 풀백의 공격 가담도 한결 수월해졌다. 여기에 드록바에게 수비가 집중된 사이, 오른쪽 풀백 서지 오리에의 두 차례 크로스는 모두 골로 연결, 일본을 자멸의 길로 빠뜨리고 말았다.

역전을 허용한 일본은 뒤늦게 다시 공격에 나섰지만 우천으로 인해 체력은 고갈된 상태였고, 몸이 공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찌감치 승리를 지키겠다는 자케로니 감독의 오산은 뼈아픈 역전패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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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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