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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난입 남성, 범죄에 '노출된' 가족 '등돌린' 경찰


입력 2014.04.24 11:48 수정 2014.04.24 16:54        진도 = 데일리안 윤정선 기자

<기자수첩>진도 실내체육관 출입통제 무풍지대

경찰 체육관 등지고 주차장만 관리하고 있어

지난 23일 오후 6시15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1층에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알몸으로 급습했다. 진도실내체육관은 외부인 출입통제가 전혀되고 있지 않다. ⓒ데일리안 지난 23일 오후 6시15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1층에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알몸으로 급습했다. 진도실내체육관은 외부인 출입통제가 전혀되고 있지 않다. ⓒ데일리안

  세월호 참사 특별취재반  
이충재 기자
김수정 기자
백지현 기자
조성완 기자
윤정선 기자
사진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지난 23일 오후 6시15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1층에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알몸으로 급습했다. 그는 "정동영이 나타났다"고 반복해서 외치며 체육관을 빠르게 뛰어 돌았다.

당시 1층에 있던 남성 세 명이 황급히 알몸 남성을 막았다. 알몸 남성은 세 남성이 씌운 담요에 덮인 채 체육관에서 쫓겨났다. 이후 알몸 남성은 구급차에 태워졌고 체육관에서 멀어졌다. 상황 발생부터 종료까지 1분이 안 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뒤인 오후 7시15분 경찰은 강당에 올라 "좀 전에 옷을 벗고 뛰어간 사람은 전혀 가족과 상관없다"며 "그 남성은 정신지체장애 3급이다. 광주에 사는 누나가 신병 요청해서 데려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범죄에 노출돼 있다. 또 정부 관계자 누구도 실종자 가족이 체육관에 몇 명이나 머물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면담할 때 사회를 보고 열심히 손뼉을 치던 단원고 임시학부모대책위원회 대표 송정근 씨가 실종자와 전혀 무관한 사람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학부모대책본부는 지난 19일 실종자 가족에게 접근해 "1억원을 주면 아이를 배에서 꺼내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가족지원 상황실에 알렸다.

또 지난 20일 구조가 지지부진하다며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청와대로 향할 때는 '시위꾼'이 시위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있었다. 실종자 가족이 "누구의 가족이냐"고 묻자 슬그머니 행적을 감췄다는 것.

실종자 가족이 머물고 있는 곳은 진도체육관 1층. 이곳은 출입문이 3개다. 이곳에는 드나드는 사람을 통제하는 사람도 경찰도 없다. 알몸 남성이 바지만 걸쳤다면 이곳을 유유히 걸어 다닐 수 있었을 것이다.

실종자 가족 보호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있는 경찰은 어디에 있을까. 경찰인력 대부분 체육관 주차장을 드나드는 차량을 안내하는 데 배치돼 있다. 체육관을 등지고 외부차량만 부지런히 관리하고 있다.

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 몇 명? "직접 세봐라"

아울러 중앙사고대책본부는 실종자 가족이 몇 명이나 체육관에 머물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아직까지 숫자에 어두운 정부다.

사고대책본부에 체육관에 실종자 가족이 얼마나 있는지 자료를 요구했다.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며 현장상황실로 연락하라고 전화를 돌렸다.

현장상황실 관계자는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우리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기자도 체육관에 있다고 답하면서, 대략적으로라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에 상황실 공무원은 "그러면 직접 세봐라"라고 잘라 말했다.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함 현장상황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앙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 탑승객은 물론 구조자, 실종자 수를 수시로 바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구조자 가족을 몇 시간 만에 실종자 가족으로 바꾸기도 했다. 정부가 사람 생명이 오가는 숫자를 갖고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한다면 출입통제부터 확실하게 해야 한다.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가 걱정스럽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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