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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여신들의 스포츠 탈출 '모쪼록..'


입력 2013.12.25 08:39 수정 2013.12.26 11:42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스포츠 아나운서들 이탈..섭섭함 내지는 배신감

타이틀 걸맞은 오랜 기간 스포츠계 활약 기대

산뜻한 외모에 재치 있는 진행 솜씨가 돋보이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남성이 주시청자인 프로야구 매거진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들었다 놨다’하는 존재들이다. ⓒ KBS 산뜻한 외모에 재치 있는 진행 솜씨가 돋보이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남성이 주시청자인 프로야구 매거진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들었다 놨다’하는 존재들이다. ⓒ KBS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온라인에는 한 남성 월간지 표지모델로 나선 KBS N 스포츠 정인영 아나운서 사진이 큰 화제가 됐다.

스페인 프로축구 매거진 프로그램인 ‘라리가쇼’를 진행하면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라리가 여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정 아나운서는 올해 프로야구 인터뷰 도중 느닷없는 ‘물벼락’을 맞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번 사진이 화제가 된 이유는 176cm의 큰 키에 볼륨 있는 몸매를 지닌 정 아나운서가 화보에서 누드톤의 황금빛 초미니 드레스와 섹시함을 강조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소화, 방송에서 선보였던 단아하고 정돈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소 파격적인 자태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사진을 접한 정 아나운서를 지난 7일 브라질월드컵 조추첨식을 통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미녀 페르난다 리마와 비교하는가 하면, 아나운서 말고 전문 모델로 나서도 손색이 없겠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같은 정 아나운서의 모습에 고운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 아나운서가 평소 방송에서도 짧은 길이의 미니 드레스를 착용하는 빈도가 잦고, 그 결과 심심치 않게 선정성 논란이 휩싸이기도 한다. 그와 같은 선정성 논란은 비단 정 아나운서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스포츠 채널들의 프로야구 매거진 프로그램 진행자 가운데 남성 아나운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는 모두 남성 아나운서지만 매거진 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는 모든 채널들이 하나같이 여성 아나운서들 차지다.

단순히 프로그램 진행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야구 경기가 벌어지는 현장이나 스프링캠프 등지에서 취재와 리포트도 하고, 로고송 녹음이라든지 이벤트 타이틀 영상 촬영 등 프로야구 방송 마스코트의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산뜻한 외모에 재치 있는 진행 솜씨가 돋보이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남성이 주시청자인 프로야구 매거진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들었다 놨다’하는 존재들이다.

문제는 이들 역시 각자가 가진 스포츠 분야의 언론인으로서 전문성이 노출되고 강조되기 보다는 외모가 강조되고 그런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결국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방송 내용과 스포츠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외모가 강조되는 국내 스포츠계의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방송사들이 여자 아나운서의 스커트 길이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성상품화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 한 스포츠 전문채널의 남자 아나운서는 자신의 SNS에 “거의 매일 여자 아나운서와 관련한 정말 민망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자 아나운서들은 철저한 직업의식을 갖고, 완벽한 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라며 “단 5분짜리 리포트를 위해서 밤을 새는 그들의 직업의식이 그들이 입은 옷과 헤어스타일, 적어도 뱃살 보다는 더 높게 평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선정적 보도행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 아나운서들의 자세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그들이 ‘축구의 여신’, ‘야구여신’ 등 특정 스포츠의 여신으로 불릴 만큼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스포츠 사랑에 대한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이냐는 것.

이와 관련해 귀엽고 깜찍한 외모에 야구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재치 있는 진행솜씨가 돋보였던 KBS N의 야구여신 최희 아나운서와 XTM의 야구여신으로 걸그룹 출신 고졸 아나운서라는 독특한 이력과 종종 방송의상의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공서영 아나운서가 연예 전문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전문 MC로 변신을 위한 준비에 돌입하자 일부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애당초 야구에 대해 보인 열정은 거짓이었고, 야구여신 타이틀을 발판 삼아 연예인으로서 성공하려는 치밀한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비판적 시각의 이면에는 ‘OO여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여 주며 응원했던 여성 아나운서들이 하루아침에 스포츠를 버리고 사실상 연예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데 대한 섭섭함 내지는 배신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방송인으로서 비정규 계약직인 이들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좀 더 나은 대우와 안정된 신분보장, 그리고 스포츠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상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하지만 스포츠 팬들 입장에서는 스포츠 팬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얻게 된 ‘스포츠 여신’들이 하나 둘 갑작스럽게 마이크를 내려놓는 현 상황이 서운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그리고 내년에도 국내 프로스포츠는 종목별로 수많은 ‘여신들’을 탄생시킬 것이다. 모쪼록 그 수많은 여신들이 ‘여신 타이틀’을 발판 삼아 연예계를 넘보기 보다는 각자의 분야에서 되도록 오랜 기간 여신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줄 것을 기대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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