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망언' 울고 싶은 아이 뺨때리지 말자

이상휘 선임기자

입력 2013.11.26 10:46  수정 2013.11.26 11:18

<칼럼>종교계의 국가혼란 각계 원로들에게 맡겨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호남·충청연합지부는 25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북측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를 규탄했다. ⓒ연합뉴스

‘재는 넘을수록 높고 내는 건널수록 깊다’

우리 속담이다.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재를 넘고 내를 건너면 평탄한 길이 나와야 한다. 길은 고사하고 점점 산중이요, 점점 깊은 물이라는 것이다.

정국을 빗댄 말이다. 해결조짐이 없다. 이제 종교계까지 가세했다.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전선으로 나섰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혼란과 격동이다. 정치는 표류하고 정무는 실종이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난제다. 그러나 누가 풀긴 풀어야 할 문제다.

우선 종교계에 대한 숙제다. 뜬금없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나섰다. 공식적인 천주교 입장은 아니다. 야권에서도 선뜻 박수치기가 어려운 사안이다. 대통령 퇴진에 NLL문제까지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여론은 들끓는다.

가만히 보면 신부들은 그걸 의도한 것 같다. 정치적으로 고단수인 것이다. 사실, 민주당이 그렇게 난리를 쳐도 힘이 부치던 사안이었다. 이 문제를 단박에 여론화시킨 것이다.

순수하게 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보여왔던 정의구현사제단의 행태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문제 등에서는 침묵을 지켜왔다.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정교분리의 논란을 촉발시켰다. 종교의 가치적 정의에 혼란을 준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구국의 순간에서 빛을 발했다. 어렵고 약한 민초들을 위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 그러나 국가가 위기에 빠질 때는 목숨을 내던지는 구국에 앞장선 것이다. 임진왜란이 그러하고, 일제 강점기에서 보여준 종교계의 희생이 그러하다.

지금, 일부 정치신부들은 어떠한가. 구국의 결단이라도 할 만큼 대한민국을 위기라고 생각한 건가? 얼굴을 맞대고 캐묻고 싶다.

한 해가 저무는 이 시기, 어렵고 힘들고 병든 자들을 위한 기도보다는 NLL과 대통령 퇴진이 더 급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국가와 민족이 아니라 그들과 친한 특정세력을 구하기 위한 정치투쟁은 아닌가 반문하고 싶다.

이러한 종교계의 정치화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장돌뱅이 정치’ 때문이다. 표만 된다면 무조건 읍소하고 회유하는 근성 때문이다. 하물며 엄청난 신도가 있고, 정서적 교감이 강한 종교계야 말로 탐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치권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냉정해야 한다.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지기 진정되어야 한다. 먼저 청와대와 정치권은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박수는 손바닥이 마주쳐야 한다. 이번 사제단의 언동이 주목을 받은 것은 이유가 있다. 발언의 중요성보다도 반응이 컸기 때문이다.

사제단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나 여권이 냉정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사회일각의 의견 정도로 대응했으면 나을 뻔 했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청와대는 즉각 대응을 했다. 손바닥이 마주쳤다는 것이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덕분에 사제단의 발언파문은 주목을 받으며 커졌다.

작금의 여론은 종교계의 과도한 정치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헌법정신에 명시된 정교분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상황은 다른 종교계의 움직임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냉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응을 보이고 대응을 하기 보다는 종교계의 충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짐작하건대, 종교계의 시국행보가 계속된다면 극심한 혼란에 휩싸인다. 야권도 이를 동조하고 부추킨다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원로들이 나서야 한다. 종교의 정치개입에 대한 원론적인 반대 입장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국가혼란에 대한 원로들의 따끔한 일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편향된 종교계의 일탈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

정치는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 그 점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다. 득실을 따져봐도 여권이나 야권이나 득이 될게 없다.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봐야 할 것이다. 사회의 의견은 다양한 것이 정상이다.

청와대는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다시한번 차분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예전과 다른 청와대의 즉각적인 반응이다.

국가정체성 확립을 위한다거나, 아니면 원칙적인 국정기조의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청와대의 강한 반응이 자칫 국가적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정무는 그것을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재는 넘을수록 높고, 내를 건널수록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성찰하고 냉정하게 행동할 때가 분명하다. 지금 우리 모두가 그렇다.

그들은 지금 일부러 두드려맞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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