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우선 배정에 소비자용 D램·낸드 공급 타이트…제조사 원가 부담 가중
PC·스마트폰·가전까지 번지는 비용 압박…완제품 가격 인상 논의 본격화 되나
LG 그램 AI 제품 모습. ⓒLG그램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가격 상승의 여파가 스마트폰·PC·TV·가전 등 전방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에 생산 역량이 집중되면서 소비자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줄어들고, 수요·공급 불균형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제조사들이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수요 대응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메모리 출하가 타이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소비자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단가가 상승, 완제품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판매가격은 전달보다 15.7% 오른 8.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1.35달러) 대비 6배로 상승했다. 8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 2018년 9월(8.19달러) 이후 7년 2개월 만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PC 산업 전반에 복합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며 "2026년까지 PC 출하량이 5%~9% 가량 감소하고, 평균 판매 가격은 4%~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PC 제조사들이 강조한 AI PC의 경우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해 가격 부담이 더욱 커질 예상이다.
폭등하는 메모리 가격으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메모리 업체들은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다만 완제품 제조사들의 경우 가격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 글로벌 제조사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와 HP는 최근 실적 설명 과정에서 메모리 비용 상승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고, 일부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국 샤오미 역시 메모리 가격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PC 이외에도 스마트폰, TV, 고사양 가전은 메모리 탑재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제품군으로, 원가 상승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내년 출시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검토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스마트폰의 경우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나 사양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품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데다, 기업용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비용 부담을 떠안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메모리 쇼티지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전자제품 시장의 가격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 구조가 재편되면서, 완제품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과 수요 둔화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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