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2사 LG 이병규의 안타 때 2루주자 문선재가 홈에 들어오다 아웃되고 있다. ⓒ 연합뉴스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외야수의 멋진 송구로 잡아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짜릿하다.
물론 아웃된 팀 입장에서는 뼈아픈 장면이겠지만 아웃을 잡아낸 팀이나 다른 팀 팬이 보면 이보다 더 멋질 수 없다.
홈에서 극적으로 아웃되는 탓이기도 하지만 한 경기에서 한 번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기에 더욱 멋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한 경기에 한번 보기 힘든 홈 보살을 한 이닝에 두 번 연속해서 연출됐다. 이보다 더한 진기명기가 없다.
두산이 19일 잠실구장에서 계속된 2013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홈경기에서 9회초 마지막 위기를 2연속 홈 보살로 막아내며 5-4의 짜릿한 승리를 지켜냈다.
준플레이오프만 해도 두산은 '저질야구' 논란에 시달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논란이었다. 한 이닝에 폭투 3개를 저지르며 승리를 내주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3차전의 두산은 그야말로 수비 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동네 야구 수준의 수비였던 두산이 메이저리그를 능가하는 실력을 뽐냈다.
좌익수 김현수의 예상하지 못한 부상으로 두산의 외야 수비는 전면 수정해야만 했다. 이러면서 임재철이 좌익수로 가고 정수빈이 중견수 자리에 섰다. 민병헌은 우익수를 맡았다.
수비 포지션이 대폭 교체되면서 외야 수비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중간에 들어온 정수빈은 멋진 다이빙 수비로 LG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가장 결정적인 모습은 바로 9회초였다. 구원투수 홍상삼이 역손 안타를 맞고 1실점, 5-3에서 5-4로 쫓긴 순간이었다. 게다가 폭투로 1사 1루가 1사 2루로 변했고 주자는 발 빠른 이대형이었다. 이대형의 빠른 발을 감안한다면 외야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두산에게는 최대 위기였고 LG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정성훈의 좌전 안타 때 이대형이 홈으로 쇄도하다 아웃됐다. 좌익수 임재철이 공을 잡자마자 지체 없이 홈으로 뿌린 공이 한치 오차도 없이 포수 최재훈의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3루 베이스 코치도 팔을 휘두르며 홈으로 뛰라고 했던 상황이었기에 그 누구도 홈 아웃을 예상하지 못했으나 임재철의 멋진 송구로 동점을 막았다.
그래도 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홈에서 아웃되는 사이 정성훈이 2루까지 갔기 때문. 이 상황에서 LG는 주자를 문선재로 교체하며 다시 득점을 노렸다. 게다가 다음 타자는 이병규(9번)였다.
이병규는 팀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우익수 민병헌 앞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다. 드디어 5-5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민병헌의 송구까지 최재훈의 미트에 들어갔고 문선재는 홈 베이스를 터치하지 못했다. 2연속 보살로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러면서 두산이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 1패로 앞서가게 됐다.
반면, LG는 이 기회를 잘 살렸다면 오히려 1승을 따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3루 주루코치의 무리한 두 번의 승부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다. 두산의 좋은 수비 이면에는 LG의 결정적 판단미스가 있었다.
만약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게 되고 LG가 11년 만에 찾아온 한국시리즈 진출 기회를 놓친다면 3차전 9회초에 나온 2연속 보살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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