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12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서 벌어진 '2013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서 6이닝 동안 피안타 10개 3실점, 퀄리티스타트는 했지만 초반 잃은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하는 바람에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6패(13승)에 평균자책점(방어율)은 3.02에서 3.07로 올라갔다.
이러면서 과연 류현진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투수로 내보낼 수 있을 정도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당장 돈 매팅리 감독의 신뢰가 꺼진 것은 아니다. 전 경기에서 퍼펙트게임 또는 노히트노런을 했던 투수가 다른 팀에 농락당하며 패전투수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6이닝동안 피안타 10개를 기록하긴 했지만 퀄리티스타트를 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신뢰 하락을 논할 수는 없다. 매팅리 감독으로서는 내년 시즌 선발진 구상에도 류현진에 들어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매팅리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류현진에게 마운드를 믿고 맡기느냐다. 이는 다른 문제다. 페넌트레이스 같은 장기전에서는 언젠가 다시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은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감독의 신뢰, 신임과는 다른 문제다. 류현진 본인은 "3선발이든 중간 투입이든 상관없다.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7월과 지난달까지 7승 2패를 거둘 정도로 급상승세를 탔다. 게다가 6연승까지 했다. 13승 가운데 절반을 연승으로 따냈을 정도로 여름에 펄펄 날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체력 저하가 눈에 띈다. 물론 이닝수는 173이닝 밖에 되지 않아 국내에서 뛰었을 때와 큰 차이는 없지만 휴식일이 그다지 많지 않고 원정 거리가 만만치 않은 메이저리그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등판 간격도 국내보다 하루 정도 짧다. 충분히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체력이 크게 떨어진다. 결국, 이를 이겨내는 것은 가을 야구 특유의 정신력 밖에 없다. 믿었던 에이스가 포스트시즌에서 난타당하는 것 역시 허다한 일이다. 애리조나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했던 김병현이 정작 월드시리즈에서는 두 번이나 홈런을 맞고 무너진 것 역시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류현진은 '가을 야구'를 경험한 적이 없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결과를 예상할 때 팀의 전력보다 더 우선 고려되는 것이 바로 '큰 경기 경험'이다. 괜히 메이저리그에서 '미스터 옥토버'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이긴다는 것이 정석인데 떨어진 체력을 뛰어넘는 정신력이 결국 이런 선수를 만든다.
게다가 매팅리 감독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별로 없는 지도자다. 뉴욕 양키스에서 1982년부터 1995년까지 뛰었지만 정작 이 시기는 '양키스 암흑기'였다. 매팅리가 선수로 뛰는 동안 뉴욕 양키스는 1995년에만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LA 다저스 코치로 있던 2008년과 2009년 조 토레 감독을 보좌하면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미약하다.
이런 점을 볼 때 매팅리 감독의 선택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와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로 향할 수밖에 없다. 매팅리 감독이 자신의 감을 믿고 큰 결단을 내리는 스타일이라면 류현진이 최근 하락세라고 해도 선발 등판시키겠지만 감독으로서 처음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떨어진다.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가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를 내놓고도 2연패를 당했다면 3차전에서 과연 류현진을 낼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지금 보이고 있는 하락세가 일시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다음 등판에서 허리 통증으로 열흘 넘게 쉬면서 감각을 약간 잃었을 뿐이라는 것만 보여준다면 매팅리 감독도 믿고 선발로 내보낼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매팅리 감독도 류현진을 내보낼 수 있는 '용기'가 사라진다. 매팅리 감독에게 용기와 결단력을 불어넣을 선수는 바로 류현진 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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