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의 변신, 직접 쓰고 그렸다!

입력 2006.06.27 08:50  수정

[화제의 책]이우일의 <옥수수빵파랑>

자유분방한 상상력, 재기발랄한 그림으로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만화가 이우일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를 행복하게 하는 55가지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마이 페이버릿 싱스(My Favorite Things)’라는 부제가 붙은 신작 『옥수수빵파랑』이 그것이다.

캐릭터가 살아 있는 만화를 통해 사회적 고정관념을 비틀고, 기발한 일러스트를 통해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표현했던 이우일이 이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직접 쓰고 그렸다.

어느 매체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유머러스한 글과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낯설고 새롭다.

“좋아하는 것들,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한 사람이 가진 물건, 그리고 취향은 그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며, 그의 삶과 사고를 가늠하게 하는 매개체다.

이우일의 ‘페이버릿 싱스’ 또한 그가 살아온 날들을 압축하며, 작품의 메시지나 캐릭터로만 인식되었던 이우일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은 특별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독특한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젊은 만화가의 내면, 가족이 있는 일상의 풍경을 담고 있는 이 55가지는 삶이 우리에게 선물한 것들을 되새기게 한다.

만화 캐릭터보다 더 독특한 컬트적 인간
어린 시절부터 물건에 대해 남다른 집착을 보였던 이우일은 동생들의 눈을 피해 아끼는 물건이나 장난감을 부엌의 찬장에까지 감추지만 늘 들켜버리고 만다(「비밀창고」). 또한 소년 이우일은 만화를 보기 위해 어머니에게 능청스레 거짓말도 하고, 식구들 몰래 TV에서 방영되는 심야 컬트영화에 열광하기도 한다(「AFKN」).

“자기가 그린 만화를 스스로 즐기는”(「소주병」) 만화가 이우일은 “대학생이 동화를 만화로 그린다며” 비웃어도 개의치 않으며(「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도저히 정식 심의를 통해서는 인쇄할 수 없는” 책도 서슴없이 만들어내기도 한다(「빨간 스타킹의 반란」).

그리고 그는 아내와 딸과 함께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 누리며 ‘생활의 발견’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홍대 앞」「포스트잇」「수첩」). 남들이 보기엔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에 집착하기도 하지만(「줌 스코프」「주머니칼」), 늘 시도하는 것과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딥 커브」「론리 플래닛」「80일간의 세계일주」).
플라스틱 고무 장난감, 양철 장난감, 프로레슬링 장난감 등 유독 장난감에 집착하는 이우

일이 “조악하기로 이름난” 멕시코산 프로레슬링 장난감을 좋아하는 이유는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대강 만든 그 느낌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장난감들은 너무 잘 만들기 때문”에 역으로 그 성의 없고 허술한 장난감이 좋다는 것이다. 이 남다른 시각은 장난감 중에서 그가 최고로 여기는 플라스틱 고무 장난감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플라스틱 고무 장난감은 아무리 성형을 잘하고, 채색이 잘되어 있어도 싸구려 티가” 나는데, 이우일은 “그런 싸구려의, 말 그대로 만지면 뭉클한 감촉”이 좋다고 한다. 아내가 보기에는 ‘기괴하기’ 그지없는 장난감이지만 그는 “바로 그 기괴함과 뭉클함”이 좋다고 한다.

그는 또한 보지 않은 수많은 잡지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다음달 잡지를 기다리는 자신을 보며 “중독이란 이런 것이구나 잠깐 생각해보고, 무시”해버리고 마는 사람이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중독 현상 때문일 수도 있지만 조금은 중독되고 타락한 모습으로 살고 싶기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한다고 말한다.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그만의 시각이다.

우리는 누구나 옥수수빵파랑
옥수수빵파랑Dodgerblue. 이름마저 생소한 이 색은 이우일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코발트블루와 스카이블루 사이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그런” 색인 옥수수빵파랑은 수많은 파란색 중에 그가 어렵게 찾아낸 자기만의 색이다.

파란색 하나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또한 무궁무진하다. 남들의 시선이나 유용성에 상관없이 그저 좋은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즐기는 이 독특한 삶의 방식이 바로 이우일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소가 되는 그만의 ‘옥수수빵파랑’이다.

‘규약을 무시하는 듯한’ 자유로운 선 하나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그림을 그려내듯이, 이우일은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삶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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