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 논란, 이념갈등의 희생양 조짐

김아연 인턴기자

입력 2013.08.21 14:00  수정 2013.08.27 17:42

광고 중단·표절 논란 이어 대학가 축제 섭외 취소 요구까지

아이돌 걸그룹 '크레용팝'이 일베, 표절 논란으로 '대학축제 섭외까지 취소하라'는 등의 네티즌 비난을 받고 있다. 크롬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논란’으로 촉발된 아이돌 걸그룹 ‘크레용팝’ 파문이 심상치 않다. 네티즌들이 크레용팝을 모델로 기용한 옥션에 대해 ‘탈퇴’ ‘불매’를 거론하며 들고 일어나 옥션 측은 광고를 중단했고,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일본 걸그룹 표절 논란에 이어 대학축제 섭외 취소 움직임 등이 비이성적인 '마녀사냥'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모든 논란의 발단은 크레용팝 멤버들이 ‘노무노무’, ‘절뚝이’ 등의 일베에서 사용되던 용어를 사용한 것 때문이다. 이에 대해 크레용팝 소속사 대표는 ‘영세한 기획사 가수이기 때문에 일베 뿐만 아니라 대다수 유명 커뮤니티에 가입해 정보를 습득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이후로 네티즌들은 크레용팝의 거의 모든 행보에 ‘일베’를 갖다 붙이기 시작했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전국 10여곳의 대학 가을축제에 섭외된 크레용팝을 향해 네티즌들은 “어떻게 여성, 아동, 장애인을 차별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일베에 드나드는 아이돌을 축제에 섭외할 수 있냐”며 “당장 섭외를 취소하라”고 항의했다.

지금까지 예정된 크레용팝의 대학축제 일정은 9월 10일 성균관대(수원), 11일 충남대, 12일 춘천한림성심대, 안산선문대, 24일 목원대, 군산대, 25일 호서대, 26일 서울대, 27일 강동대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크레용팝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08년 데뷔한 일본 걸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어 각 대학 별 총학생회는 섭외를 취소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용팝의 '모모이로 클로버Z 표절 논란'의 핵심은 크게 트레이닝복을 입고 헬맷을 쓴 컨셉트와 가슴에 붙인 이름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일베를 마케팅에 활용하더니 일본 걸그룹까지 표절해서 뜨려고 했냐”, “크레용팝을 요약하자면 일베팝, 표절팝이네요” 등의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는 ‘일베 용어를 사용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긴 했지만 아이돌 걸그룹을 놓고 이념 갈등까지 치닫는 것은 비정상적 현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트위터리안 ‘@wit****’는 “어린 나이에 저지른 말실수로 광고 중단시키고 표절했다 비난하고, 이젠 축제까지 나가지 말라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우리나라 네티즌들 정말 무섭네요”라고 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 ‘@wow****’는 “대마초 핀 가수도 버젓이 활동하는 우리나라 대중가요계가 언제부터 이렇게 엄격했냐”며 “특정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신속정확하게 불매운동하고 대학축제 취소하라며 피해를 주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범죄자보다 사상범에게 더 가혹한 이념갈등시대다”라는 비판 의견을 남겼다.

이런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크레용팝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격이 자칫 나이 어린 대중 가수들을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로 도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크레용팝이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대중문화 선진국으로 확산되는 일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미국 팝 시장을 강타했을 때 '반미 퍼포먼스 전력'으로 폄하하려던 시도가 있었던 것의 반대 현상이라는 의견이다.

본인들의 의사나 정치 이념적 성향과 상관없이 크레용팝 등의 대중 가수들이 이념 갈등의 희생양이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놓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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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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