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는 한국땅'이 허무맹랑해? 이 책을 봐!

김아연 인턴기자

입력 2013.06.29 11:16  수정 2013.06.29 11:20

<서평>'강안 남자' 소설 ‘천년한 대마도’1천년전 기록을 꺼내다

이원호 저 장편소설 '천년한 대마도' (2013.04.30) ⓒ맥스미디어
“우리나라 지형은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으며 중간은 잘록하고 아래는 퍼졌는데 백두산이 머리가 되고 태백산맥이 척추가 되며 영남의 대마도와 호남의 탐라를 양발로 삼는다.”

지난 2008년 보물 제1591호로 지정된 해동지도에는 우리나라가 백두산을 머리로, 대마도와 제주도를 양발로 삼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1750년대 초, 조선 영조시대에 제작된 해동지도는 18세기 조선의 각 도별 군현지도 뿐 아니라 주요 관방도 및 중국, 일본 등의 외국지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즉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된 관찬 군현지도집이었던 것이다.

해동지도의 경상도 지도에 따르면, 명백히 조선의 영토로 포함된 한 섬이 있다. 바로 대마도다. 이는 해동지도만이 아니다. 1860년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줄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대동여지전도, 1830년 일본에서 제작된 조선국도, 1952년 일본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팔도총도 등. 다수의 고지도에서 대마도는 명백히 조선의 영토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대마도는 일본 나가사키현 부속이다. 섬 전체가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에 속해있다. 탐라와 함께 우리나라의 ‘양발’이라 기록된 대마도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오늘날 일본 땅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대마도에 가려면 도쿄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권이 없으면 안 된다.

‘한국과 일본 간의 영토문제’ 라고 하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독도’를 주목한다. 대한민국 국민들만 해도 우리나라에 속한 독도를 ‘우리땅’으로 지켜야 한다는 데는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다. 반면 ‘쓰시마섬’이란 명칭이 더 익숙한 나가사키현 부속 대마도를 우리땅으로 인식하기는커녕 되찾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부족하다.

이에 천 년 전 대마도의 사연을 역사적 기록에 의거하여 소설로 펴낸 작가가 있다. ‘밤의 대통령’, ‘황제의 꿈’, ‘강안남자’ 등으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이원호 작가다. 독자들이 읽기에 쉬운 소설을 쓰며 대중소설가를 자처하는 이원호가 ‘우리의 영토였으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섬, 대마도’를 소재로 한 ‘천년한 대마도’를 발표했다.

‘천년한 대마도’는 대중들로 하여금 대마도라는 이슈에 관심을 갖게 하는 목적으로 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소설 속 등장인물이다. 작가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장치로서 박근혜 대통령, 김정은 국방위원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을 실존인물과 동일하게 내세웠다.

소설 속 남북한 현 지도자 두 사람은 2014년의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 대마도를 수복한다. 적어도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했을 때 남한과 북한은 적대적 관계이기보다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동맹적 관계로 묘사된다.

‘천년한 대마도’는 남북한 합동 대마도 수복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스토리를 펼쳐 나가며 대마도가 1000년 전부터 한민족의 땅이었고 지금도 명백한 한국령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남북 합동 군대 소속 김성진과 서화영 및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관동대지진 학살, 일본의 한반도 역사 말살 작업, 독도 영유권 야욕 등 여러 사안들을 다룬다.

재일교포 3세이자 자위대 12년 차 군인인 김성진(마쓰노)은 자신이 진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과거 아버지의 반일 운동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 분노한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자살한 아버지가 남긴 유서를 통해 자신의 증조부 및 조부가 일본 군대에 의해 처참히 학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위대를 전역한다. 이후 과거 대마도에 거주했던 조상의 흔적을 찾아 쓰시마를 방문한 김성진은 남북 합동 군대에 합류한다.

한편 남북 합동 군대의 북한측 침투대 소속 정보원 서화영은 육상자위대 대대장 하야시 시츠사이의 ‘현지 애인’ 노릇을 하며 일본 고위 간부 및 군대의 명령과 정보를 캐내는 인물이다.

작가가 리얼리티를 살리는 장치로서 실존하는 현 지도자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김성진과 서화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는 독자들로 하여금 일본을 향한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김성진이 어린 여동생들 머리에 10센티가 넘는 쇠못을 박아 죽이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할아버지가 남긴 유서를 읽으며 느끼는 분노가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또 서화영을 대하는 하야시와 한국 여성을 성적 유흥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경단 군인들의 태도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올리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 등 등장인물 통해 역사적 주장 펼치는 작가

소설 속 박근혜 대통령은 현실과 달리 일본의 역사왜곡, 위안부 관련 망언,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제 사회를 향해 대마도 수복 작전을 공포하는 대목에서는 쾌감까지 전해진다.

“나는 이번 대마도 수복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두 번 다시 대한민국이 외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세계만방에 공포할 것입니다.” -1권 222P-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우경화 되어가는 일본의 정치 사회에 그저 침묵하는 것이 아닌 소설 속 인물처럼 할 말은 속 시원히 할 수 있는 대통령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자 비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남북 합동 군대의 대한민국 특정사령관 오세창 중장은 ‘남북한 합동 대마도 수복 작전’에 앞서 후배 이대진 대령에게 대마도가 명백한 한국령임을 열변을 토해 설명한다. 오세창 중장의 입을 빌려 펼치는 작가의 역사적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마도는 삼국 시대에는 진도라고 불린 우리 영토였고 고려 말까지 조세를 바치는 고려령이었다. 그러다 ‘대마도에 진을 친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고려 창왕2년인 1389년 박위를 중심으로 1차 대마도 정벌이 일어난다. 그 후로도 대마도 정벌은 두 차례 더 이루어졌고 대마도의 조선령이 확실히 굳혀졌다.

둘째, 한반도의 부속 도서 대마도는 조선의 국력이 쇠약해지면서 임진왜란 때 급기야 왜군수군의 근거지가 되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후 대마도를 완전히 일본의 국토로 편입시킨다. 대마도는 1871년에 이즈하라현 소속이 되었다가, 1876년 다시 나가사키현에 편입되어 오늘까지 이른다.

셋째,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이후, 1950년 6월까지 무려 60여 회에 걸쳐 일본 정부 및 일본을 관리하고 있던 미국 정부에 대마도 반환을 ‘끊임없이, 끈질기게’ 요구했다. ‘속령’에 대한 ‘성명’도 발표했고, 점유권 회수 요청을 하기도 했으나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동의를 얻어내지 못 했다.

넷째, 1950년 6월 25일… 남북한의 전쟁이 터진다. 전쟁을 치르며 한국 정부는 일본을 통해 유엔군의 물자 공급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일본의 협조가 필요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대마도 반환’을 더 이상 거론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써 대마도는 쓰시마섬으로, 우리의 역사 속에서 급 속도로 잊혀져 가게 되었다.

한편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일본이 한국 식민통치를 전후로 한반도 역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왜곡해왔는지도 지적한다. 특히 관동대대지진 당시 한국인들을 어떤 식으로 학살했고 한국인 피해자 기록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교과서에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도 전달한다.

그러나 전달적 차원에서 끝내지 않고 작가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소설에서나 현실에서나 일본 지도자층이 그들의 미래와 역사 교육을 위해 지켜온 신념이 결국엔 한일 간 모든 갈등사안을 국제 무대로 이끌어 ‘분쟁’ 거리로 만들고 보자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작가의 주된 비판이다.

‘천년한 대마도’와 대한민국의 현실

지난 5월 24일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은 망언을 해명하겠다고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망언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자리에서 하시모토는 지난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사과한 ‘고노담화’를 두고 “부정하는 것도 수정하자는 것도 아니지만, 위안부 강제연행 여부에 대해 더 명확하게 하자”며 횡설수설했다.

이에 프랑스의 한 외신기자는 하시모토에게 “명확히 하자는 당신의 말이 가장 명확하지 않다”고 직설했다.

‘천년한 대마도’를 통해 일본과 한국 사회에 던지고자 한 작가의 직설은 결국 대마도가 명명백백한 한국땅이며 일본은 더 이상 한반도 역사를 은폐하거나 훼손하지 말라는 것.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본의 정치적 정서가 급격히 우경화되어 가는 현시점으로 돌아와 대통령 또는 정치인이 하기엔 부담이 큰 메시지를 작가가 소설을 통해 대신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년한 대마도’는 속이 후련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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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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