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위기 닥쳐야 허둥지둥 알고보니...

동성혜 기자

입력 2013.05.31 08:40  수정 2013.05.31 09:24

산업부 대책 2년전 것 되풀이 부하관리만 4천억 낭비

"예산책정 우선순위에서 밀려 일 터져서야 미봉책만"

불량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원전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불량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원전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오전 10시20분 기준 전력예비율은 이미 9.2%로 10%벽이 무너졌다.

전력예비율 10%미만을 기록한 연간 일수를 살펴도 지난 2007년 8일, 2008년 12일, 2009년 9일이던 게 2010년에는 46일로 급등했고 2011년에는 51일에 이어 지난해는 129일이나 폭등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아직 한여름이 닥치지 않았는데도 올 들어 첫 전력경보 ‘관심’ 단계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8일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불량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현재 가동 중인 신고리 2호와 신월성 1호기 원자로 가동을 정지하기로 하면서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200만㎾에 달하는 공급물량이 빠질 경우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움직임은 부산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가 몰리는 피크시간대 산업체 전기요금을 3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또한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현재 시행중인 건물의 실내온도 제한기준을 전력사용량 2000㎾ 이상에서 100㎾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홍원 국무총리는 오는 31일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하는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정부가 미봉책 이상이 없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10일 전력예비율이 위험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국이 블랙아웃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었고 2011년에는 9.15 전력대란으로 ‘블랙아웃’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따지면 매해 여름과 겨울동안 ‘블랙아웃’ 위기 직면이 상습적이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대책은 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전력부하관리 지원금이 있다. 전력 피크시간대에 평균 전력량의 20% 이상 또는 하루 3000㎾ 이상 전력량을 줄이는 기업체에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재원은 전기요금에서 3.7%씩 떼어가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 포함돼 있는데 결국 국민의 혈세가 일부 기업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 제도 역시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결국 산업부가 내놓은 방안이 ‘최대피크요금제’라는 것이다. 오는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는 ‘산업체 전기요금 3배 인상’이 이것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3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지금 (산업부에서) 내놓는 대책이 지난 2011년 9월 이후부터 판박이”라며 “일이 터지면 비상대책으로 공급을 줄이고 국민들에게 절전하라 홍보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한 그는 “전력 소비량을 줄이라는 것도 결국은 부하관리에만 힘을 쏟는 형태로 지난해에는 전력부하관리 예산으로 무려 4000억원 가량이나 집행됐다”며 “더이상 급하다고 돈으로만 떼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수요관리에는 부하관리와 효율관리가 있는데 비상대책인 부하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효율관리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 고효율에너지기자재사용, 대기전력저감프로그램 등 근원적으로 중장기적인 대책을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단기적인 부하관리에만 힘을 쏟는 형국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악순환되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그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일의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린다는 점과 사람 문제가 얽혀있다는 것이다. 효율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예산이 드는데 부하관리 위주로 대책이 마련되다 보니 예산책정에서 아예 밀린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람문제하고도 연관됐다. 공무원들의 경우 순환보직으로 1년 임기이다 보니 전문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다보니 자신의 임기중에 단기적인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해왔고 중장기적 대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예산책정도 안되는 것”이라며 “이번 여름도 문제지만 밀양 송전탑이 제 스케줄에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 겨울에는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시급한 상황에 공공기업의 기관장들이 공석인 곳도 많아 문제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퇴해 연속성이 끊어졌다는 지적이다. 당장 블랙 아웃을 걱정하며 국민들에게 절전하라 홍보하는 상황에서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놓고 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로 사표를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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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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