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아쉬운 개막 2연패(3.30~31·부산사직)를 당했다.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예상을 깨고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혹시’하는 기대를 품게 했지만,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하고 이틀 연속 닮은꼴 9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역시’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선발진이 잘 던졌고 타자들의 초반 타격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불펜진이 난조에 빠져 고비를 넘지 못했다. 2경기에서 패배의 가장 큰 빌미가 된 사사구가 17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력이 형편없었다.
잦은 사구를 내주는 장면은 기술 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이 승부처에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화는 개막전에서 6회에만 롯데에 5개의 사사구(2사구)를 헌납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9회에도 마무리 투수 안승민이 결정적인 볼넷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상대가 잘한 것보다는 한화 투수들 스스로 무너진데 원인이 있다.
트라우마는 이튿날까지 계속됐다. 이날도 5개의 사사구를 헌납했다. 송창식, 임기영, 윤근영, 안승민 등 투입 가능한 불펜자원을 모두 가용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포수와 야수진의 아쉬운 투수 리드와 수비지원 등도 마운드에 있는 투수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가뜩이나 경험이 부족한 한화 불펜진이 시즌 초반부터 입은 상처는 자칫 험난한 장기레이스에서 일찌감치 자신감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위기 상황만 되면 눈에 띄게 얼어붙는 선수들의 나약함은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부진의 매너리즘과 맞물려 선수단 전체의 위축으로 드러났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김응용 감독에게도 이런 상황은 낯설다. 한화가 왜 꼴찌후보로 평가받는지는 개막 2연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김 감독은 그동안 주변에서 한화를 꼴찌로 거론할 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지만, 시범경기에 이어 정규리그 개막 2연전에서 확인한 경기력을 통해 한화의 현 주소를 절감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김응용 감독이 가장 아쉬운 것은 사실 전력차보다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김응용 감독은 과거 해태와 삼성 등 우승권 팀을 이끌었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정상급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강한 열정과 동기부여로 무장하고 있었다.
당시 해태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들로 가득했고, 삼성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절실함으로 똘똘 뭉친 팀이었다. 감독이 굳이 나서서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선수들 스스로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화에는 ´강심장´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기량이나 경험 면에서도 뒤지는 선수들이 근성과 자신감마저 없다면 그 팀은 해보나 마나다. 기술이나 전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멘탈은 결국 선수들 스스로가 극복해야할 몫이다. 야구는 어디까지나 선수들이 하는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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