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은 5일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3차전 대만과의 경기에 장원준을 선발 예고했다. 당초 대만전 선발은 장원삼이 유력했지만 최근 훈련과정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여 컨디션이 좋은 장원준에게 중책을 맡겼다.
장원준은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군복무 중이다. 지난 2011년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한 뒤 지난해 경찰에 입대했다.
장원준과 맞대결을 펼칠 대만 선발은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활약 중인 좌완투수 양야오쉰. 지난해 9경기에 등판해 42.2이닝 동안 2승3패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다. 대만은 한국이 네덜란드 좌완투수 마크웰을 공략하지 못한 점을 감안해 양야오쉰을 전략적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제 모든 운명은 장원준의 어깨와 한국 타선에 달렸다. 한국은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한 뒤 다른 경기 결과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네덜란드는 대만에 3-8로 참패했고, 호주가 네덜란드의 덜미를 잡는 시나리오도 물거품이 됐다.
남은 경우의 수는 대만에 6점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는 것뿐이다. 하지만 상황은 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대만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있는 데다, 최근 상승세를 타며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점이 불안요소다. 대만은 야구가 국기나 다름없다. 그만큼 어느 팀보다 이번 대회에 철저히 준비해왔다.
그동안 대만과의 맞대결은 늘 살얼음 승부였음을 감안하면, 홈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 6점 차 대승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만 만나면 유독 발휘되는 반한감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이 일본만 만나면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듯이 대만도 마찬가지다. 대만의 반한감정은 태권도 스타 양수쥔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실격처리 된 이후 확산됐다. 대만 언론은 한국 경기위원의 농간이 있었다고 여론몰이에 나섰고, 이후 양 팀의 스포츠 경기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에도 감지됐다. 한 대만 방송은 WBC 소식을 전하면서 양수쥔이 아시안게임 당시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방영하며 다시 한 번 ‘반한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셰청헝 감독 또한 “이번에야말로 복수할 좋은 기회”라며 한국전을 잔뜩 벼르고 있다.
이번 대만전은 한국에게도 위기이자 기회다. 한 수 위 실력과 함께 정신력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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