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만전으로 끝? 성난 팬심 돌려라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입력 2013.03.05 09:54  수정

6점차 대승 2라운드 진출 ‘경우의 수'

프랑스월드컵급 투혼 성난 팬심 돌려야

야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30분 열리는 대만전(중계=JTBC)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중요한 기로에 섰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호주를 맞아 11안타를 몰아치며 6-0 대승을 거뒀다. 첫 경기 네덜란드전 0-5 대패로 충격에 휩싸였던 한국으로선 의미 있는 경기 내용. 특히, 이승엽을 중심으로 한 중심타선 부활이 반갑다.

호주전 대승으로 기사회생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여전히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한 ‘경우의 수’는 불리하다. 네덜란드가 ‘최약체’ 호주를 꺾는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은 대만을 6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5점차로 이기면 좀 더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고, 이기더라도 4점차 이하일 땐 탈락한다. 이래저래 큰 부담을 안고 1라운드 최종전에 나서는 대표팀이다.

다행히 프로 최정예 대표팀이 출전한 대회를 기준으로 한국은 최근 세 번의 대만전에서 모두 5점차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9-0,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예선에서는 6-1, 결승에서는 9-3 승리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극적으로 2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자칫하면 2승1패를 기록하고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발단은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팬들이 분노한 것은 결과도 문제였지만, 패하는 과정이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한 수 아래라던 네덜란드를 상대로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한 것은 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야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30분 열리는 대만전(중계=JTBC)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가장 큰 목표는 6점차 이상의 승리다. 하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만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대로 떠나간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프로야구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로 패했다. 이미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 1-3으로 역전패 했던 터라 16강행 가능성은 희박했던 상황. 설상가상 차범근 감독까지 해임되면서 축구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매우 냉랭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예기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 선수들이 불사른 투혼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수비수 이임생이 보여준 ‘붕대투혼’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그 결과 한국에 프로축구 전성기가 도래했다. 월드컵에서 또 실패를 맛봤지만, 마지막 한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팬들의 발걸음을 축구장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불어 닥친 축구 열기가 4년 후 4강 신화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팬들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서는 순간부터 그들의 행동과 눈빛에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또 판단한다. 안타를 치지 못했는데도 아쉬워하지 않는 선수를 팬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작은 성과에도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선수는 박수를 받는다. 특히, 대만전은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야구대표팀 박정태 코치는 현역 시절 ‘악바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단지 큰 부상에서 돌아와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늘 승리에 목말라 했고, 팬들은 박정태 눈에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현역 시절부터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부산의 야구팬들이 지금까지도 박정태란 이름 석 자를 잊지 못하는 이유다.

‘6점차 이상 승리’라는 과제가 걸려 있는 한, 이미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큰 부담을 안고 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팬들은 그 부담감에 짓눌려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나약한 대표팀이 아니라, 상대를 기백에서 압도하는 강한 모습을 바라고 있다.

대만전 결과를 떠나 대표팀이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승리를 향한 의지를 대만전에서 반드시 읽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표팀과 팬이 한 마음으로 바라는 ‘기적’이 그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홍석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