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릇’ 박찬호…완전 소중 리더십

이경현 넷포터

입력 2012.04.30 16:26  수정

바뀐 투수 안승민 난조로 사라진 1승

의기소침한 후배 따뜻한 위로 ‘역시 대인배’

박찬호는 29일 청주 넥센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큰 선수는 역시 그릇의 크기부터 달랐다.

‘코리안특급’ 박찬호(39·한화)에겐 잃어버린 승리에 대한 아쉬움보다 아끼는 후배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가 더 걸렸다.

박찬호는 29일 청주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 호투했다. 2-1로 앞선 6회초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안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안승민은 바뀐 이닝에 넥센 강정호에게 투런포를 맞고 대선배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다행히 한화는 6회말 김경언 투런포를 비롯해 4점을 뽑으며 몰아친데 6-3으로 재역전승하며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안승민은 존경하는 대선배의 승리를 날려버린 죄책감에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박찬호와 안승민은 공주중-고등학교 18년 선후배지간이자,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방장-방졸 관계 사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찬호는 잔뜩 풀이 죽어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안승민을 “그런 말 하지 마라. 나한테 미안하다는 생각보다 네 투구에만 집중해라. 빨리 부담을 떨쳐야 다음경기에서도 잘 할 수 있다"며 따뜻하게 격려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서 선수 본인의 속이 더 쓰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박찬호로서는 사라진 눈앞의 1승보다 아끼는 후배가 의기소침해할 것이 더욱 걱정스러웠다.

대선배의 위로에 안승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미소를 되찾았다. 벤치에서 박찬호가 안승민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모습은 TV중계 화면에도 잡혔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박찬호는 역시 대인배” “안승민도 1승을 날린 대신 박찬호로부터 더 귀한 것을 배웠다”며 호평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중요한 박찬호의 존재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화에서 박찬호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완전소중’ 그 자체다. 비록 개막전이던 12일 두산전 이후 3경기에서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키며 기대이상의 역투로 고전하고 있는 한화 마운드에 힘을 불어넣었다.

마운드에 있을 때는 물론 덕아웃에서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멘토 역할까지 수행하는 든든한 ‘맏형’이다. 한화 선수들로선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과서를 얻은 셈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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