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도전에 암중모색 김평일도 급부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1.12.22 09:38  수정

<칼럼>김일성 둘째 아들 김평일 보호하는 세력 무시못해

국제적 교육과 감각 지녀 개혁 개방 주도에 어울릴 인물

혹한이다. 북한은 더욱 잔혹한 겨울일 것이다. 그리고 불멸이라고 자랑하던 검붉은 권력이 쓰러졌다. 기차가 움직였든 아니든 그는 갔고, 동북아는 지금 긴장 속에 있다.

2012년은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중국 등 등 국가지도자들이 바뀌는 대변혁의 가장 치열한 해다.

강성대국을 외치던 북한의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북한으로서는 가장 잔인한 계절에, 수많은 난제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의외로 가장 먼저 무너졌다.

우리는 그의 죽음의 진짜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할 바 아니다. 돌아보지 말고, 여기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음모론이니, 타살이니, 자연사니, 개인적 약물문제니 그런 것에 신경 꺼야 한다.

김정일은 이미 2005년 비밀리에 중국의 지도자들 병원인 베이징의 ‘수림원’에 갔을 때부터 신장과 심장 등이 중증이었고, 그 후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며, 신장 투석기를 열차에 싣고 다닐 정도의 중환자였다. 그래도 그는 김정일이기에 7년여를 버텨 온 것이다. 변화는 새로운 바람과 기대의 숨통을 터 줄 수도 ,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죽음은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은 셈이다.

중국은 하루 만에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시진핑 부주석 등,등 국가지도자들이 주중 북한대사관에 가서 조문했다. 김정은의 영도로 북한의 지도체제가 안정되기를 공개적으로 기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당연히 중국에게는 가장 먼저 알렸을 것이다. 북미 대화를 진행 중이던 미국 역시 북한주민들을 향한 조의를 표했다. 한국정부는 이희호 여사의 조문도 허락했다. 한국도 북한주민을 향한 조의를 표했다. 정부의 이 조의는 문성근 류의 그냥 친북적 조문과는 그 성격이 다를 것이다.

독재자를 조문하느냐는 보수계의 반발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더 당당한 미래적 시각은 아닐 수 있다. 유연성이 필요할 때다. 한반도 문제를 언제까지 중국과 미국에만 맡겨 둘 생각인가?

그렇다고 남북이 마음먹고 전쟁을 할 것인가?

한반도의 전쟁은 남북만의 전쟁이 아니다. 중국과의 전쟁일수 있고, 그렇게 되면 미국, 일본을 끌어 들이는 3차대전적 성격으로 번진다. 그리고 전장(戰場)은 한반도이므로 파괴되고 살상되는 것은 한반도이고 우리들이다. 그렇게 되면 주변국들은 경제적으로 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죽고 한반도가 파괴되고 일본이나 주변국들을 살리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유치한 주장은 접어야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간의 어떤식으로든 대화가 필요하다. 물론 종북(從北) 좌파들같은 굴욕적 대화는 안 된다.

굳건한 체제와 국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능동적인 설득의 노력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폐쇄적이고 전투적인 적대감 보다는 대화의 채널은 가져야 한다. 그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도 국민들도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나라당이 정부의 조의를 동의한 것도 나쁘지 않다.

이제 김정일 사후의 북한은 어디로 갈까?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볼 수 있는 김정은의 불안감이 가장 문제로 거론된다. 김정은은 지금 한국의 수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강조하듯이 당분간은 그리 허술한 위치에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중국이 김정은을 인정하고 나섰다. 보호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중국을 위해서라도 현재로는 북한의 극단적인 변화를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지도자가 교체 된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여기 저기 변방에서 시위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좀 더 경제적으로나 모든 것에서 중국 자체가 더욱 도약하기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모든 프로그램의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급진적 변혁과 혼란에서 중국으로 넘어 올 수도 있는 수십만, 수백만의 탈북난민 문제다. 감당하기 힘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주 폴란드 북한 대사. 폴란드 나레프시(市) 홈페이지는 지난 2007년 2월 현지의 산업시설을 둘러보고난 뒤의 김대사와 두 자녀인 은송(여), 인강 남매로 보이는 인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이 아직은 북한이라는 존재로 남아서 그들을 보호하는 탄력적 스폰지, 혹은 두터운 입술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이라는 세계제일의 패권제국이 지금 아무리 몰락의 길로 가는 것처럼 보여도 아직은 중국이 미국을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넘어서지 못한다. 그런 미국과, 보호 스폰지 한 겹 없이 한반도라는 아슬아슬한 곳에서 직접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기에는 아직은 부담이 작렬하고 중국내 내구성이 열세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엄청난 지하자원과 동해의 나진 선봉지구 조차(租借)같은, 중국의 실질적 이익은 이익대로 취하면서, 북한에게 립스틱 값을 지불하며, 국제적으로는 북핵에 대해 가장 영향력있는 국가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거 삼득(三得)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중국은 중국의 국익을 위한다. 아직은 한반도의 통일도, 북한의 붕괴와 심각한 혼란도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남북 간의 평화보다는 긴장 관계가 유지되는 남북 간의 갈등구조 역시 그리 나쁘지 않다.

김정은 체제안착이 예측되는 또 다른 이유는, 김정일의 병이 이미 깊어 있는 상태에서 2년의 집중적 준비기간을 가졌다.

김정일은 마지막 2년간은 오로지 김정은을 후계자로서 든든히 세우는 일에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북한군부와 당 등 거의 모든 지도부를 김정은에 충성 할 수 있는 인물로 바꾸었다.

29세라는 나이와 미천한 경험이 가장 큰 약점이었는데, 그 문제조차 이번의 돌연사로 간단히 해결된 셈이다. 그가 죽기 전까지는 중국조차 공개적으로 김정은을 북한 지도자로 영도라는 단어를 써 가면서 인정하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김정은에게는 그의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이 있다.

북한 외화벌이의 수장이었던 경제통인 장성택과, 김일성의 딸이라는 태생적 위엄에다 북한의 경공업부장인 김경희의 북한 내에서의 위치가 그리 허술하지 않아 보인다. 그들이 얼마간이 될지는 모르나 중국의 김정은 체제 인정을 현재로서는 함부로 배신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또한 배급제의 불신과 배고픔에서 생존을 위한 시장 형태가 이미 생겨나기 시작했고, 핸드폰과 방송 등의 외부로 항한 틈새가 조금은 생긴 셈이지만, 그동안의 극단적으로 경직된 체제상, 북한주민들이 그 체제의 틀을 깨고 한꺼번에 시위대가 결성되어 반정부 시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북한의 가장 잔혹한 궁핍기이고, 살을 에는 혹한기이다. 김정일이 급서하기 바로 전까지 북한은 미국과 식량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미국은 곡물대신, 북한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갈 수 있는 비스킷 같은 영양식으로 주겠다는 구체적 의견까지 나왔고, 북한은 잠정적으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랜 침묵에서 북미(北美)간에 기적의 한줄기 빛처럼 이제 겨우 대화가 이루어진 찰나에 김정일의 급서라는 돌발사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검은 죽음의 그림자가 동토의 북한을 뒤덮었다. 배고픔과 한파 속에서도 그들은 통곡으로 견디고 있다. 그 울음의 내면이 무엇이든 군중들은 지치고 또 지쳐서 벼랑 끝 막바지에서 그들은 하나로 거칠어져 있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한국도 일본도 북한을 지금은 자극하지 않으려는 이유다. 조의를 보내는 것이 독재자를 인정하는 것인가 좌파적인가 등등의 비난은 그래서 좀 절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아우성친다고 더 신념이 강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체제의 권력 안착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 그것조차 아직은 모호하다. 조문 기간이 끝나고 그들의 내부 결속과, 김정은의 명실상부한 당과 군부 장악, 권력의 통합과정 등 만만찮은 혁신적 순서가 아직 몇 단계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결코 심상치 않은 팽팽한 긴장이 감지된다. 오랜 혈맹관계에서 북한 군부와 지도부내에 중국통 인물들을 중국은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공화당 정권 시절, 네오콘들이 김정일 정권 변환을 모색할 때 미국과 연결되는 탈북인들도 망명정부를 표방하는 인물들이 미국에도 한국에도 일본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을 통한 내부적 변형, 혹은 획기적 전환 등의 미션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김정일 급서에서의 혼란기를 안정시키고 권력을 안착시키기 위한 김정은 체제는 이미 시작되었다. 김정일 조문기간은 북한주민들을 내부적으로 결집 시키는 기간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앞으로 몇개월 내지 1년 정도, 김정은 체제는 중국의 보호아래 안정적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김정은과 그 핵심들이 북한 지도부로서의 튼튼한 안착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의 열강들로서는 만에 하나 외부적 요소가 아니라 북한 내부적인 불만과 반발로 김정은 체제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할 차선책을 준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오랜 세뇌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군부나 당의 인물 보다는 '북한의 지도자 = 김일성의 직계혈연'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볼 때 장성택 김경희도 각 각 그들 중 하나일 수 있다. 김정남은 일단 제외된 것 같다.

그러나 그들보다는 현 폴란드 대사로 있는 김평일을 간과할 수 없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이고 김일성의 둘째 부인인 김성애의 아들인 김평일을 아직도 유럽으로 보내서 보호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 있을 것이다.

그가 현재까지 주 폴란드 북한대사라는 직책으로 건재하고 있다는 것은 김평일을 보호하는 힘이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자 김정일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존재였다는 얘기가 된다. 이 세상의 슈퍼 클래스, 권력위의 권력이 혹시 있다면, 가능할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김평일은 북한 주민들의 가슴속에 이미 압도적 위용의 신화로 자리잡은 절대적 카리스마 김일성의 아들이다. 그는 똑똑하고 건강하고 그리고 국제적 교육과 감각도 지닌 인물이다. 그리고 지금 건강한 50대다.

김일성의 유훈통치라면, 재일교포인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난 김정일의 셋째아들인 김정은 보다는 오히려 김정일과 같이 김일성의 아들인 김평일이 더 직접적 연관이 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인 김성애는 김일성 생존 시에 상당한 기간동안 역동적인 주도로 활동한 가장 탁월했던 김일성의 부인이다.

무엇보다 김평일은 개혁개방을 해야 할 북한의 새로운 시대에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그리고 가장 적합한 인물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점진적 개혁개방을 유도하려는 주변국들에게도 국제적으로도 가장 설득력이 있다. 말하자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인물이다.

문제는 그에 대한 북한 내에서의 지지도다. 그가 그동안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북한 내부에 확보해 놓았을까가 관건일 수도 있다.

물론 김성애를 계모로서 싫어했을 수도 있는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 부부가 반대하고 김정은을 강력히 지키고 보호한다면 김평일의 북한 귀향은 힘들지 않겠는가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김평일이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 그대로, 특정한 권력구도에 사로잡혀 파격적 혁신을 주도하지 않고 절제함으로써 평양과 김정은을 불안하게 하거나 격앙시키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자세로 간다면 살벌한 권력투쟁은 생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정통성이 결여된 조카와 삼촌, 김정은 대 김평일이라는 숙명적 비극의 구도는 자신들보다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갈등과 투쟁의 씨앗을 키울 수도 있어 보인다.

김정은 체제는 누구에게도 불안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제어할 수 없는 젊음, 그 이상의 강성(强性)만이 과장되어 보이고, 나머지는 안개 너머의 모호함이다. 그가 때로 자신의 권력을 더욱 견고하게 할 도구로 그가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들이 핵을 비롯해서 너무 위험하고 많다.

그러나 한반도의 전쟁은 한국이나 북한의 의지로 일어날 수는 없다. 김정은 체제에서 그가 만약 젊음의 혈기와 상상 못할 난폭성이 있다 해도, 그가 일으킬 수 있는 전투는 국지전적 시도라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비록 지금은 중국이 그를 인정하고 보호해 준다 해도, 그 스스로 북한의 권력을 제대로 쥘 때까지는 거쳐야 할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 것 같다. 이제 그런 복잡하고 혼돈의 북한을 우리는 어떻게 유도하고, 대처하며 설득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가장 현명하고도 진지한 고민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다른 모든 주변국들과 어느 때 보다 긴밀한 협조와 정보의 신속한 교환과 동맹의 의지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친북 인사들에게 권유하고 싶다. 개인적 영달과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알량한 정치적 입지하나 세워보려고 남남 갈등을 조장해서 그대들이 얻는게 과연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한반도가 무너지고 나서 그대들이 갈 곳이 과연 어디인가를 한번쯤이라도 골똘히 생각해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북한의 새 지도부에게 기대하고 싶은 것은, 북한의 녹슨 빗장을 이제는 세계를 향해 열고, 마음을 열어, 새로운 시대로 함께 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글/오정인 ON뉴스 발행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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