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에서 월등히 우위에 있는 삼성에게 먼저 당한 2연패는 타격이 커 보인다. SK는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총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2차전 ‘가을남자’ 박정권의 적시타로 간신히 삼성의 ‘무실점 시리즈’를 막아낸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SK 투수진은 경기당 2실점만을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3점을 따내면 이길 수 있었지만 SK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만 갈랐다. 누군가는 터져야 이길 수 있다. 적임자로 떠오르는 인물은 ‘안방마님’ 정상호(29)다.
정상호는 지난 2009년 KIA와 한국시리즈서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1차전 2-3으로 뒤진 7회 정상호는 로페즈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2차전 0-2로 뒤진 9회에는 당시 철벽마무리였던 유동훈을 상대로 쫓아가는 솔로홈런을 날렸다.
정상호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3차전서 2루타를 쳐내는 등 2타점을 올려 SK의 반격을 주도했다. 한국시리즈서 때려낸 9안타 중 2개가 홈런, 2개가 2루타였다. 타점도 4개나 쓸어 담았다. SK는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KIA는 7차전까지 정상호의 화력에 벌벌 떨어야 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서(PO)도 정상호의 한방은 빛났다. KIA와 준PO 4경기에서 16타수 1안타(0.063)에 그친 그는 PO 1차전서 6-6으로 맞선 연장 10회 롯데 외국인 투수 크리스 부첵으로부터 좌월 결승 솔로포를 날렸다. 플레이오프 5경기 타율은 0.188로 신통치 않았지만 1차전 한방은 SK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루는 시발점이 됐다.
정상호는 정규시즌 자신이 때려낸 11개의 홈런 중 5개를 삼성전에서 쏘아 올렸다. 2009년 가을의 기억이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할만 했다.
그러나 정상호는 올 시즌 자신의 커리어 최다인 112경기에 나섰고, 포스트시즌 11경기선 단 한 타석도 거르지 않고 마스크를 썼다. 피로누적이 없을 수가 없다. 수비에선 제 역할을 하는 중이지만 PO 4차전부터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12타수 무안타로 최악의 타격감을 보였다. 3차전 역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홈플레이트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부진을 깨는 것은 결국 한방이다. 2009년 한국시리즈와 PO 1차전 때처럼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장타력은 없어지지 않는다. 정상호가 홈런으로 물꼬를 터준다면 SK의 타선이 전체적으로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SK가 정상호의 한방으로 반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광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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