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오디션 없이 작품에 합류한 옥주현은 초연 당시 남았던 아쉬움을 이번 공연에서 말끔히 털어내겠다는 의욕으로 가득했다.
무대, 조명, 안무, 앙상블의 탄탄한 구성과 초연에 비해 완숙해진 무대연출은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아이다>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했다. 웅장함은 덜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색의 향연은 소문대로였다. 1분에 2.6번꼴로 큐 사인이 나는 조명은 뮤지컬 <아이다>만의 특화된 필살기가 틀림없었다.
의상은 조명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더욱 강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특히 ‘Like father like son’과 같은 장면은 마치 홀로 그래픽을 연상케 할 만큼 화려했고, 남성들의 파워가 극대화되는 ‘Another Pyramid’ 또한 3분 50초가량 50번의 조명 큐싸인이 오가는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이다.
뮤지컬 <아이다>는 지난 2005년 초연돼 무려 150억 원의 매출을 달성, 뮤지컬시장 확장에 기념비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그러나 셋업 기간 2개월, 1500석 이상의 최신식 극장, 3개월 이상 공연 등 까다로운 조건 탓에 관객들은 무려 5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기다린 만큼 기대도 높은 이 작품은 지난해 대한민국 리더십의 전형으로 급부상한 박칼린 음악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초심을 강조한 박칼린 연출은 특히 전 배역을 원캐스트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블 캐스팅이 당연시되는 한국 뮤지컬계에서 4개월이 넘는 장기 공연을 원캐스트로 진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덕분에 주연배우들과 앙상블의 호흡은 한층 정갈해졌고, 작품의 완성도 역시 초연보다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초연 당시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배우로 갓 입성한 아이돌스타 옥주현은 그 사이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몬테크리스토> 등을 거치며 뮤지컬계 티켓파워 1위로 우뚝 섰다. 그만큼 그의 위치도 공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신인에 불과했던 5년 전 아쉬움을 분풀이하겠다며 기다려온 무대가 바로 <아이다>다. 그만큼 아이돌 스타의 티를 벗고 완숙기에 접어든 뮤지컬배우 옥주현은 특별했다. 노래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연기는 한층 성숙해졌다. 특히 막내에서 최고참이 된 그녀는 작품을 이끄는 든든한 리더로서의 묵직함이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정선아와 이집트 장군 ‘라마메스’ 김우형 역시 검증된 배우답게 자기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지킬앤하이드> <드림걸즈> 등으로 폭발적인 성량을 과시했던 정선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또 한 번 객석을 휘어잡았고, 김우형의 남성미 넘치는 풍부한 성량은 ‘라마데스’ 역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다.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맞춰온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록, 가스펠, 발라드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현대적 감각의 음악들은 고대 이집트의 보편적 감성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낸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그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전설과도 같은 러브스토리를 그린 뮤지컬 <아이다>는 3월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된다. [데일리안 문화 = 이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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