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들어 박지성은 성실함과 헌신성, 수비가담 등 팀 공헌도로 대표되던 장점이 희석되고 빈약한 공격력과 적극성 부족 등 단점만 부각되며 언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박지성은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감독의 선수´다.
감독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하고, 맡은바 전술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이타적인 ´팀 플레이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언제나 성실하고 꾸준했지만 특히 올드 트래포드에 들어선 이후에는 이런 성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바로 그것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살아남기 위한 박지성 나름의 생존법이기도 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언제나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수비가담과 패스연결 등 궂은일을 도맡아 주위를 빛내는 역할을 통해 오히려 박지성은 자신만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도 적응에 실패해 짐을 싸기 일쑤인 맨유에서 박지성이 5년 넘게 ´퍼거슨의 남자´로 장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올 시즌 초반 딜레마에 봉착했다. 성실함과 헌신, 수비가담 등 팀 공헌도로 대표되던 장점이 희석되고, 빈약한 공격력과 적극성 부족 등 단점만 부각되며 현지언론의 혹평을 듣게 된 것.
지난달 30일 발렌시아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후, 영국 언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정신적으로 나약했다. 어떻게 플레이를 전개해 나가야할지 몰랐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붓기도 했다.
한편, 지역일간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 부진에 대해 "감독이 지시하는 역할에 충실하려고 애썼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는 얼핏 박지성에 대한 옹호 같지만 이면에는 박지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이 신문은 발렌시아전에서 "박지성이 볼을 줄 곳을 찾지 못해 허둥거렸다. 에너지는 있었지만 영양가는 없었다"며 따끔한 평가를 내렸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는 충실하지만, 경기가 의도한대로 풀리지 않아 스스로 경기의 물꼬를 트는 창의성이나 적극성 등이 떨어진다는 냉철한 평가였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이후 국가대표팀이나 PSV 아인트호벤 시절과 같은 적극적인 공격본능은 사실상 봉인시켜왔다. 중요한 경기에서 감독이 원하는 역할을 120% 수행하는 팀플레이어로 가치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공격력-개인기 부족은 어느새 박지성을 따라붙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렸다.
맨유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렸던 당시의 선택이, 지금은 오히려 박지성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이 돼버린 건 아닌지 아쉬울 따름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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