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투성이’ 벨라루스전이 주는 교훈

입력 2010.06.01 02:40  수정

환경에 대한 빠른 적응과 조직력 극대화 필요

현재 대표팀은 너무도 오랜 실험으로 확실한 특징을 잡기가 모호한 상태다.

벨라루스전은 허정무 감독 말처럼 만족할 게 하나도 없는 경기였다.

대표팀의 무실점 행진이 끝났고 코트디부아르전을 시작으로 매 경기 2골씩 뽑아내던 공격진도 침묵했다. 게다가 수비수 곽태휘마저 부상으로 잃어 최악의 평가전이 됐다.

한국은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아레나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최종엔트리 확정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테스트 무대에서 졸전을 펼치며 불안한 전력을 노출한 셈이다. 대표팀에겐 그동안 우려됐던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경기였다.

당초 교체를 무제한으로 하려던 계획이 오스트리아 축구협회의 반대로 6명 교체로 바뀌었지만, 대표팀 전술에 큰 변화는 없었다.

허정무 감독은 오랜만에 박주영과 이근호 투톱을 가동했고 좌우 측면에는 박지성과 이청용을 배치했다. 그리고 중앙에는 신형민이 기성용과 함께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고 최근 연속해서 벤치에 머물었던 이운재가 골문을 맡았다.

한일전과 같은 4-4-2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내용은 180도 달랐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였고 일본 수비를 당황시켰던 무한 스위칭도 별 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압박의 강도도 낮았고 중원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지 못하며 상대팀에게 여러 차례 역습 찬스를 내줬다.

가장 큰 원인은 달라진 환경 탓이다. 선수들 모두 경기 후 인터뷰에서 “컨디션 난조가 있었다”며 벨라루스전 패배의 원인이 고지대 적응 훈련으로 인한 과부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염기훈은 “고지대 적응 과정에 있다 보니 45분만 뛰었는데도 평지에서 하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며 환경 변화에 따른 피로도가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문제는 월드컵 본선 무대가 열리는 남아공은 대표팀이 훈련 중인 오스트리아와는 또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오스트리아가 시차와 고지대 등 모든 면에서 남아공과 닮아 있지만 막상 경기에 나설 경우 지금과는 다른 변수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때 가서 또 다시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든다면 그것은 어설픈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2010 남아공월드컵’은 역사상 가장 많은 이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상 첫 아프리카에서 개최되는 만큼 환경적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대회 성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초 대표팀은 남아공 전지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현지 적응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상태다. 하지만 당시 남아공은 여름이었다. 겨울을 맞아 기온이 떨어진 남아공은 또 다른 곳이 될 수 있다.

대표팀에게 벨라루스전은 표면적으로 득보단 독이 된 경기였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과 조직력의 극대화다. 현재 대표팀은 너무도 오랜 실험으로 확실한 특징을 잡기가 모호한 상태다.

이제 최종엔트리까지 발표한 만큼, 벨라루스전을 통해 드러난 단점과 세계최강 스페인전에서 발견될 문제들을 보완하고 월드컵 본선만을 바라보고 나갈 때다. [데일리안 스포츠 = 안경남 기자]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23명)

GK= 이운재(수원) 정성룡(성남) 김영광(울산)

DF= 이영표(알 힐랄) 김동진 오범석(이상 울산)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조용형(제주) 이정수(가시마) 강민수(수원) 김형일(포항)

MF= 박지성(맨유) 김보경(오이타) 이청용(볼턴) 김재성(포항)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상무) 김남일(톰 톰스크)

FW= 박주영(AS모나코) 이동국(전북) 안정환(다롄 스더) 염기훈(수원) 이승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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