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선즈-스티브 내쉬 ‘NBA 만년조연 벗어날까’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10.05.14 11:28  수정

시카고-샌안토니오에 밀려 우승 문턱서 번번이 좌절

‘무관의 제왕’ 마침내 샌안토니오 넘고 우승 재도전

마이클 조던과 찰스 바클리의 대결로 기억되는 1992-93시즌 시카고 불스와 피닉스 선즈의 NBA 파이널은 지금도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당시 우승컵은 결국 시카고가 가져가며 3연패를 달성했지만, 바클리와 피닉스 선즈가 보여준 투혼은 대단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6차례 우승기록 중에 가장 화려한 득점행진을 펼쳤음에도, 가장 고전했던 파이널로 기억되는 것이 바로 이 시리즈였다.

그해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어느 때보다 우승의 의지로 충만했던 바클리는 ´절친´ 조던의 맹활약과 6차전에서 터진 존 팩슨의 역전 위닝 3점슛에 또다시 좌절해야 했다. 조던에 버금가는 인기와 기량을 자랑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바클리지만, 운명의 신은 얄궂게도 그에게 우승 트로피만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피닉스의 운명도 바클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클리는 1995년 휴스턴으로 이적했지만 그가 떠난 이후에도 피닉스는 오랫동안 우승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매년 정규시즌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인기 팀이었지만, 정작 큰 무대에서 ´한끝 차이´를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는 장면이 반복됐다.

피닉스의 희망고문이 재개된 것은 2004-05시즌 스티브 내쉬가 가세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도 ´좋은 가드´이기는 했지만 톱클래스는 아니었던 내쉬는, 마이크 댄토니 감독의 런앤건 농구에서 최적화된 모습을 보이며 2년 연속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피닉스 또한 바클리 시절 이후 오랜만에 우승후보로 귀환했다.

스티브 내쉬에게 올 시즌은 어쩌면 우승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여전히 피닉스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90년대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라는 벽이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팀 던컨을 앞세운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피닉스의 앞을 가로막는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피닉스는 내쉬를 영입한 2004-05시즌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샌안토니오와 무려 세 차례나 맞붙었으나 번번이 높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2004-05시즌에는 정규시즌 62승을 거두고도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샌안토니오에게 1승 4패로 맥없이 무너졌고, 2006-07시즌에는 집단 몸싸움으로 난투극 일보직전까지 감정싸움을 펼친 끝에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넘지 못하고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스티브 커 단장은 2007-08시즌 우승을 위해 기존의 런앤건 농구 스타일을 버리고 정통센터 샤킬 오닐을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운다. 다분히 샌안토니오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모 아니면 도에 가까웠던 도박이었지만, 결국 그해 1라운드에서 피닉스는 다름 아닌 샌안토니오에게 힘 한번 못써보고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이듬해는 내쉬 영입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마저 놓치며 커 단장의 도박은 처참한 실패로 끝을 맺었다. 런앤건 농구의 전도사였던 댄토니 감독은 뉴욕으로 떠났다.

2009-10시즌 피닉스의 도전은 불확실성 속에서 시작됐다. 피닉스는 엘빈 젠트리 감독 체제로 다시 댄토니 감독 시절의 공격농구로 회귀할 것을 선언했으나, 노쇠화 된 팀 전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적설이 거론됐던 내쉬는 잔류를 선언하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피닉스는 예상을 뒤집고 정규시즌 54승을 따내며 2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했다. 74년생인 내쉬는 노쇠화에 대한 우려를 비웃듯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맹활약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내쉬에게 올 시즌은 어쩌면 우승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 NBA에서 2년 연속 MVP를 차지한 선수 중 아직 우승반지를 얻지 못한 선수는(올해 2연패에 성공한 르브론 제임스는 제외) 내쉬가 유일하다.

1라운드에서 포틀랜드를 물리친 피닉스는 마침내 컨퍼런스 준결승에서 지긋지긋하던 샌안토니오와의 천적관계를 깔끔하게 청산했다. 우승후보 댈러스를 꺾고 기세등등하던 샌안토니오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나온 피닉스의 투지에 4연패 스윕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해야했다.

스티브 내쉬는 경기 중 오른쪽 눈두덩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코트를 지켰다. 매 경기 4쿼터 고비마다 제이슨 리차드슨, 고란 드라기치, 제라드 더들리가 돌아가면서 깜짝 활약을 선보이며 샌안토니오의 조직력을 무너뜨렸다.

4회 우승에 빛나는 샌안토니오가 플레이오프에서 스윕을 당한 것은 2000-01시즌 LA 레이커스와의 컨퍼런스 파이널이후 무려 9년만이다.

피닉스가 넘어야할 다음 산은 이제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나게 될 디펜딩 챔피언 LA 레이커스다. 코비 브라이언트, 파우 가솔, 라마 오덤 등 각 포지션에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레이커스는 2년 연속 우승을 노리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막강한 공격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이가 떨어지고 외곽 의존도가 높은 피닉스로서는 샌안토니오보다 더욱 넘기 힘든 상대다.

피닉스는 과연 ´공격농구팀이 정상에 오르기는 힘들다´는 NBA의 속설을 깨는 신기원을 연출할 수 있을까. 스티브 내쉬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그랜트 힐 등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한 ´무관의 제왕´들의 끝나지 않은 도전이 기대를 모은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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