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허트로커´들 "영화와 현실은 달라"

연합뉴스

입력 2010.03.09 14:25  수정 2010.03.09 14:15

제8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부문 6개 상을 휩쓴 ´허트 로커´는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특수부대 폭발물 처리반의 일상을 그린 영화다.

하지만 실제로 이라크에서 복무 중인 미국 폭탄제거 전문가들은 자신이 오만한 영화 속 주인공과 똑같지는 않다며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라크 동부지역의 폭발물 처리반장인 제레미 필립스(30)는 영화 속 주인공 제임스에 대해 "서부영화에서 거침없이 총 쏘는 카우보이와 더 비슷한 타입"이라며 "그는 정확하게 우리가 기대하지 않는 타입의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폭탄 전문가의 모습이 "지나치게 과장됐으며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군 일등병인 스티븐 도빈스(22)는 그렇게 으스대는 사람은 전체 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우리 팀의 리더 중에 그와 같은 일종의 무적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에 복무하는 폭탄 처리 전문가 중에 이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는 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혼자 어두운 오솔길에서 폭탄 제조자를 추적하거나 미군 차량의 호위를 받지 않은 채 혼자 바그다드를 돌아다니는 것 등은 전장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던 폭탄 일부를 기념품으로 침대 밑에 보관하지만, 제거된 폭탄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기념품이 아니다. 현실세계에서라면 그는 증거 은폐 혐의로 기소됐을 것이다.

영화의 아이콘인 폭탄 방호복 역시 현실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방호복을 착용할 뿐 처음부터 방호복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영화에서 매일 등장하는 방호복은 차량 선반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영화에 나오는 폭탄처리반의 로봇도 요즘 이라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폭탄 제거 전문가가 임무를 잘 수행했을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은 영화가 현실과 들어맞는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나시리야<이라크>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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