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총애´ 오베르탕…‘슈퍼 조커’로 급부상

입력 2009.12.10 09:03  수정

교체투입 후 ‘종횡무진’ 팀 승리 견인

퍼거슨 감독의 과감한 전술변화 ‘원동력’

기막힌 교체작전과 슈퍼 조커의 합작품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9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아레나서 열린 ‘2009-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6차전에서 볼프스부르크를 3-1로 무너뜨렸다. 박지성은 풀타임 활약.

결과는 물론 퍼거슨 감독의 허를 찌르는 교체작전에 현지에서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 28분 루이스 나니와 대니 웰백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가브리엘 오베르탕과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투입했다. 뿐만 아니라 포메이션을 3-4-1-2에서 오베르탕-발렌시아를 좌우 윙 포워드로 놓는 4-3-3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

긱스-발렌시아가 측면 윙어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어 주전 경쟁에선 밀리고 있는 오베르탕이지만, 조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퍼거슨 감독이 오베르탕-발렌시아 카드를 승부수로 던진 건 볼프스부르크가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기 때문이다. 볼프스부르크로선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선수들의 체력 소모에 따른 집중력 저하에 대비는 부족했다.

퍼거슨 감독은 상대의 약점을 간파하고 오베르탕, 발렌시아 등 빠른 주력을 갖춘 공격 옵션을 투입해 상대의 수비 라인을 허물었다. 특히, 오베르탕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오베르탕은 교체 투입되자마자 왼쪽 측면과 문전을 오가며 상대 수비수들의 힘을 소진시켰다. 볼프스부르크가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수비수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 오베르탕에게 기회가 된 것.

오베르탕은 상대 수비수들 사이에서 공을 잡으며 그들의 체력을 소모시켰고, 측면 돌파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자신의 장점을 맘껏 내뿜었다. 후반 38분에 터진 마이클 오언의 골 또한 오베르탕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오베르탕은 왼쪽 문전으로 사이드 돌파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오언에게 왼발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오언이 문전 돌파할 수 있는 앞 공간의 빈틈을 노려 재빠르게 스루패스를 연결한 것은 시야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신의 힘만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뚫은 것은 측면에서의 공격력이 그만큼 위협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후반 45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오언에게 전진패스를 연결할 땐 상대 수비수에게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았다. 상대가 세트 피스 상황에서 많은 숫자를 맨유 진영에 배치한 것이 무위로 돌아가자 재빨리 맨유의 역습으로 이어진 것.

오베르탕은 문전 돌파를 시도하기 위해 전방에서 대기 중인 오언에게 재빨리 패스를 연결했고, 오언은 빠르게 돌진해 골문 안으로 공을 차 넣으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이는 오베르탕의 두 번째 도움이기도 했다.

이러한 오베르탕의 활약은 맨유의 슈퍼 조커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슈퍼 조커는 승부처에서 교체 투입돼 팀 승리를 이끌어내는 선수를 일컫는다. 오베르탕의 볼프스부르크전 활약상은 슈퍼 조커로서 부족함 없는 활약이었다.

맨유는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에이스 웨인 루니를 제외하고 흐름을 바꿀 만한 선수가 없었다. 라이언 긱스가 어시스트로 두각을 나타내고 발렌시아가 꾸준히 골을 넣으면서 이름값을 해냈지만, 후반에 경기 흐름을 뒤바꾸고 팀 승리를 견인할 만한 카리스마는 부족했다.

이 같은 팀 사정을 감안하면 오베르탕은 선발보다 조커가 제격이다. 긱스-발렌시아가 측면 윙어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어 주전 경쟁에선 밀리고 있지만 조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짧은 시간에 상대 수비수를 제압하고 팀 공격을 이끄는 파괴력 면에서 상대 수비수의 힘을 순식간에 빼놓는다. 지난달 9일 첼시전에서도 후반 막판 교체투입 돼 왼쪽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며 진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같은 오베르탕의 활약은 맨유의 윙어 경쟁을 더욱 가열시킴으로써 팀 전체적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맨유의 전력을 한층 강화시킨 오베르탕의 오름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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