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조추첨 ‘최상·최악의 시나리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9.12.03 10:57  수정

[월드컵 조추첨]아시아-북중미-오세아니아 2그룹 포진

‘대진운’ 성적 큰 영향 이목집중

국제축구연맹(FIFA)이 2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시드/포트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 예상대로 대륙별 안배에 따라 아시아 3개국(일본, 호주, 북한), 북중미 3개국(미국, 멕시코, 온두라스), 오세아니아 1개국(뉴질랜드)과 함께 2그룹에 포진했다.

오는 5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서 벌어지는 조추첨을 통해 한국은 내년 6월 월드컵 본선무대 같은 조에서 만나게 될 세 팀의 파트너를 결정짓게 된다.

FIFA는 이번 시드/포트 배정에서 2009년 10월의 FIFA 랭킹을 기준으로 했다. 독일월드컵에선 최근 2개 대회 월드컵 성적과 3년간의 FIFA 랭킹을 합산했던 것과 비교해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그것도 조추첨이 열리기 직전인 11월 랭킹도 아니고, 굳이 10월을 기준으로 삼은 것도 이유가 모호하다. 갑작스럽게 달라진 시드/포트 배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단연 프랑스다.

월드컵 조 추첨을 앞두고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조 추첨이 열리는 컨벤션 센터 주변은 평온하기만 하다.

개최국 남아공을 제외하면 모두 10월 FIFA 랭킹을 바탕으로 스페인, 브라질,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잉글랜드가 톱시드를 받았다. 반면, 9위를 차지한 프랑스는 아깝게 시드배정에서 탈락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아일랜드전에서 ´신의 손´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프랑스를 톱시드에서 배제하기 위해 FIFA가 고의적으로 장난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다.


허정무호의 운명은?

조추첨이 나올 때마다 흔히 나오는 것이 흔히 ´최상의 조´와 ´최악의 조´에 대한 전망이다. 사실상 대진운이 성적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월드컵에서 조 추첨에 관한 운은 별로 없었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항상 유럽 강호 2개 팀과 같은 조에 배속됐고, 안방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을 제외하면 한 차례도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축구의 위상은, 조 추첨의 운을 따질 만큼의 처지에 있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최강이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사실상 최약체급으로 분류, 어느 팀을 만나도 만만한 상대가 없었기 때문.

안방서 열린 2002년 대회에서도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톱시드를 배정받았지만, 정작 조 추첨에서 톱시드를 제외한 국가 중 최강으로 분류되던 포르투갈(미국, 폴란드)과 한조가 되는 비운을 맞았다.

이듬해 2006 독일월드컵에서 프랑스/스위스/토고를 만난 것이 그나마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무난한 대진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16강 진출에는 아깝게 실패했다.

과연 남아공월드컵에서 허정무호의 운은 어떨까.

일단 톱시드로 분류되는 1그룹에서는 역시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다. 그나마 A조가 확정된 남아공이 전력 면에서는 가장 해볼 만한 상대로 분류되지만 지난 2002년 대회에서 한국이 입증했듯, 홈팀의 저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 등이 포진한 톱시드는 누구를 만나도 거기서 거기다. 실질적으로 대진표의 무게를 결정짓는 것은 3·4그룹에 달렸다. 3그룹에서는 아프리카(남아공과 한조가 안됐을 때) 혹은 남미 팀과 한조가 되고, 4그룹은 톱시드를 제외한 유럽팀과 한 조에 배속된다.

3그룹 간 전력은 비슷비슷하지만 그래도 홈팀이나 다름없는 아프리카보다는 그나마 상대해본 경험이 풍부한 파라과이, 우루과이, 칠레 같은 남미 팀들이 대비하기 다소 수월하다는 평가다. 아프리카 팀을 피할 수 없다면 그나마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알제리가 희망 1순위다.

4그룹은 일단 프랑스, 포르투갈만 피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유럽 팀 중 그나마 전력이 떨어지는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 최근 하향세의 그리스 정도라면 도전해볼만하다.

그렇다면 ´애국심´을 떠나 온전히 축구를 보는 ´재미´만을 기대한다면 어떨까. 최악의 조라고 해도 상관없다. 기왕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나간 이상 태극전사들이 세계 강호들과 화끈하게 ´맞짱´뜨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톱시드에서 남아공을 제외한 FIFA 랭킹 상위권 강호와 만난다는 전제 하에 3그룹에서 가나나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와 4그룹에서 프랑스, 포르투갈, 세르비아 중 유럽 한 팀을 추가한다면, 그야말로 죽음의 조가 탄생한다.

허정무호 입장에서는 아마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지 모른다. [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조추첨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브라질, 스페인, 남아공 등이 톱시드로 확정됐으며 한국은 2그룹에 편성됐다.


2010 남아공월드컵 조 추첨 시드 배정

1그룹 - 남아공,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네덜란드, 독일,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2그룹 - 한국, 북한, 일본, 호주, 미국, 멕시코, 온두라스, 뉴질랜드
3그룹 - 파라과이, 칠레, 우루과이, 코트디부아르, 가나, 카메룬, 나이지리아, 알제리
4그룹 - 프랑스,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위스, 그리스, 세르비아, 덴마크, 슬로바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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