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대구단편영화제 막올라

최용식 기자 (idaegu@nate.com)

입력 2009.10.28 16:35  수정

<인터뷰>남태우 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대구는 독립영화 메카로 성장할 것

대구단편영화제 남태우 집행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단편영화제를 진행해 오면서 영화 제작 환경의 변화와 소재의 다양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인터뷰 약속이 1시간 정도 남았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인터뷰를 미루자는 것이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저녁에는 시간이 괜찮을 것 같은데...”

이 날 저녁 7시, 대구단편영화제 남태우(43) 집행위원장을 영화제가 열리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스크린 씨눈에서 만났다. 영화제를 이틀 앞둔 그의 표정은 너무 바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독립영화, 단편영화에는 항상 ‘인디’, ‘아웃사이더’라는 단어가 친구처럼 따라다닌다. 주류문화가 아니라는 의미가 강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남 집행위원장은 주류와 비주류는 역사적이고 상대적인 차이일 뿐 언제든 상황은 바뀔수 있다고 했다.

“노출, 노출이 안돼 그런거 아니겠어요? 엄청난 자본을 들여 수백편의 단편영화를 하루 수십번 상영한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남 집행위원장과 최근 10년을 함께한 대구단편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대구단편영화제의 포스터.

-대구단편영화제가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 꼭 10년이 됐다.

“개인적으로 대구단편영화제를 시작하면서 10년은 해야 하지 않을까 했다. 10년은 해야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근데 대구독립영화협회에서는 20년은 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졌었다. 10년 동안 크고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변한 것이 있다면 작품들의 소재가 다양해졌다. 사회담론부터 개인적인 내용까지 갈수록 다양성이 강해지고 있다. 환경적 변화는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16mm에서 HD로 바뀐 것은 물론 기술적 퀄리티까지 나아졌다는 것이 눈으로 보인다.”

-10주년인데 특별한 행사가 없다.

“이것저것 준비는 했었다. 10주년에 맞춰 영화제를 열흘 정도 진행하려고 생각했다. 또 대구단편영화제를 거쳐간 감독을 대상으로 한 ‘홈커밍데이’, 수상작품 상영 등을 준비했지만 예산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무산됐다. 항상 그랬지만 열악한 재정이 문제다.(웃음)”

-대구단편영화제를 거쳐간 감독이 많은가?

“모두를 기억해 낼 수는 없지만 ‘미쓰 홍당무’에 이경미 감독,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에 부지영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추격자’에 나홍준 감독 등이 대구단편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고 거쳐갔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구단편영화제가 조금이나마 한국영화발전에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영화제를 하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을 것 같다.

“영화제를 처음 한다고 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영화제를 한다고는 했지만 어디 물어볼때도 없었고 답답했죠. 영화제 준비에 밤을 보내고 했던 일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는 얘기가 실감났던 것이 그때였다. 1회 영화제에서 준비해 놨던 탄탄한 노하우가 바탕이 돼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남 위원장은 대구·경북의 영화산업 인프라와 콘텐츠는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있다면?

“올해 영화제는 350편이 출품돼 16편의 본선 경쟁작이 선정됐다. 대구지역 작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플시네마에 10편, 국내 주요 영화제 수상작 15편 등 모두 41편이 상영된다. 모두 좋은 작품이다. ‘플라토닉 펀치 바나나’, ‘먼지아이’, ‘습도 0%’ 등이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본선진출작 중 ‘위대한 선수’에는 제가 직접 출연합니다. 아주 재미있는 블랙코미디죠.(웃음)”

-2년 전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CGV에서 영화제를 진행했다. 단편영화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수면위로 올라오지는 못했다. 대구단편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이 CGV예매 시스템에 포함됐고 CGV대구에서도 나름대로 홍보를 많이 해줬다. 그러나 정작 관객들은 외면했었다. 단편 영화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꼈다.”

“아무리 많은 물량 공세를 펼치더라도 그 한계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참 아쉬운 부분이었다. 당시 얼마되지 않은 수익도 CGV로 귀속돼 주최 측은 손해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웃음)”

-대구와 경북이 영화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보나?

“당연하다. 대구·경북은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은 많은 인프라와 콘텐츠를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한옥 촬영을 위해 서울에서 전주한옥마을까지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안동이나 경주의 한옥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전국 최고다. 외면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문제는 해당 자치단체의 의지다. 지역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 해당 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면 외면당하기 일쑤다. 당연히 도움을 주는 자치단체로 떠나는 것이다.”

-앞으로 각오가 있다면?

“대구가 대한민국 독립영화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그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 견인차 역할을 대구단편영화제가 해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국에서 대구가 독립영화에 대한 정신이나 규모 등에서 충분히 메카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10년을 해야 한다는 목표는 이뤄냈다. 이제 대구독립영화협회가 목표한 10년을 위해 달려가야 할 시점이다.”[데일리안 대구경북=최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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