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선발 마운드로 상대 예봉 꺾어
타선은 결정적 한방으로 승부 결정
단기전에서 똘똘한 에이스 2~3명의 힘이 흐름을 어떻게 장악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한국시리즈 1~2차전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선발야구´가 한국시리즈에서도 빛을 발했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KIA는 아퀼리노 로페즈-윤석민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 호투를 등에 업고 16~17일 광주서 열린 1-2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에 쾌조의 2연승을 거뒀다.
2연전 모두 정규시즌 보여준 KIA ´승리 방정식´이 그대로 재현된 승부였다. 1차전에서는 선발 로페즈가 8이닝 3실점, 2차전에서는 윤석민이 7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초반 흐름을 장악했고, 두 경기 모두 9회는 유동훈이 마무리했다.
KIA는 2경기에서 SK 강타선을 단 4점으로 꽁꽁 틀어막았다. 2연승을 거두는 동안, KIA가 마운드에 올린 투수는 셋업맨 곽정철까지 포함 단 4명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SK는 1~2차전에서 연투한 고효준과 이승호를 비롯해 총 8명의 투수를 동원하는 벌떼야구로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타선 불발로 분패, 아쉬움을 곱씹었다. KIA로서는 SK 막강불펜을 소모시키며 ´최소한의 출혈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KIA가 안타 수에서는 1차전 6-6, 2차전에서는 5-10으로 오히려 SK에 크게 뒤졌지만, 고비마다 이종범-최희섭 등 간판타자들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리를 따냈다.
2차전에서 무려 10안타를 뽑아내고도 무득점으로 끌려 다니다가 9회에야 정상호의 솔로홈런 한 방으로 겨우 1점을 만회하는데 그친 SK와 타선의 집중력과 효율성에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탄탄한 선발 마운드로 상대의 예봉을 꺾고, 타선에서는 결정적 한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KIA 특유의 ´경제적인 야구´가 한국시리즈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KIA는 정규시즌에서도 팀 타율(0.267)과 안타(1191개)에서는 리그 꼴찌에 그쳤지만, 득점(706점)과 홈런(156개)에서는 각각 3위를 기록했다.
로페즈-윤석민-구톰슨-양현종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 4인방과 ´0점대 마무리´ 유동훈으로 대표되는 ´필승 로테이션´은 올 시즌 KIA 전력의 80%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선에서는 MVP 시즌을 보낸 김상현과 최희섭이 팀 공격력의 절반에 가까운 69홈런과 226타점을 합작,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막강 선발진과 CK포(김상현-최희섭)는 올 시즌 KIA 최대강점으로 꼽히며 12년만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지만, 한편으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이 오히려 불안요소로 지적된 것도 사실이다.
선발과 불펜, 타자들 간의 기량차가 있는 KIA로서는 자칫 선발투수들이 초반에 무너지거나 김상현-최희섭이 부진할 경우, 벤치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KIA에 이종범과 이대진 정도를 제외하고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KIA는 모든 우려를 비웃듯, 정규시즌의 승리공식을 재현하며 한국시리즈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상대를 기다린 KIA 투수진이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친 SK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공수에서 이종범과 최희섭의 알토란같은 활약은 승리에 대한 집중력과 열정에서 KIA 젊은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을 메워주고 있다.
관건은 이제 흐름을 장악한 KIA가 SK에 최후의 일격을 날릴 수 있느냐다. 두산이 올해 플레이오프나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먼저 2승을 따내고도 뒤집힌 악몽을 기억해야할 순간이다.
이기긴 했지만 2경기 승부는 모두 박빙이었다. 2차전에서 유동훈이 비록 세이브를 따내긴 했지만 홈런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은 3차전에서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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