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리그 최고 선발진 KIA
SK 벌떼 불펜, 양과 질에서 압도
정규시즌 1위 KIA 타이거즈와 천신만고 끝에 두산을 물리친 SK 와이번스가 올 시즌 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한다.
1997년 우승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KIA는 탄탄한 선발진과 8개 구단 가운데 최고의 화력을 내뿜는 중심타선이 강점이다. 올 시즌 패권을 거머쥔다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두 자리 수 우승(V10)이라는 영광과 함께 명가 재건에 탄력을 가하게 된다.
SK 역시 올 시즌 의미가 남다른 우승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2년간 챔피언 자리에 올랐던 SK가 KIA를 꺾는다면, 80년대 후반 해태 타이거즈에 이어 두 번째로 3연패 위업을 달성하며 새로운 왕조탄생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다.
역대 26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팀이 우승을 차지한 횟수는 19번으로 무려 73%의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첫 경기 승리팀이 시리즈를 가져갈 확률 역시 80.7%(21회)에 이르러 양 팀 모두 1차전에 사활을 걸고 덤벼들 태세다.
역대 1차전에서 원정팀 평균 득점은 2.76점, 홈팀은 4.5점을 뽑았다. 이는 플레이오프를 거친 타자들이 타격감을 조율하고도 충분히 휴식을 취한 1위팀 투수들에게 눌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수준급 에이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에도 홈팀의 1차전 승률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지난 9년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원정팀이 뽑은 점수는 고작 2.0점인 반면, 홈팀은 3.8점을 뽑아 우위를 점했다. 특히, 지난 2년간 SK를 제외한 모든 1위팀들이 승리를 가져갔다는 점이 눈에 띈다.
① ‘타격’ KIA = SK
KIA 타선은 3,4번에 위치한 ‘CK포’ 최희섭-김상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올 시즌 ‘3할 타율-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두 타자가 합작한 홈런은 69개(김상현 36개, 최희섭 33개)로 팀홈런(156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특히 시즌 MVP가 유력한 김상현은 SK만 만나면 신바람을 냈다. 그가 기록한 홈런 가운데 최다인 9개를 SK전에서 기록했고, 타율도 0.350으로 시즌 타율(0.315)보다 높다. 안방에서의 성적(0.332)도 원정경기(0.299)보다 월등히 높다.
반면 최희섭은 SK전에서 유독 약했다. 타율과 장타율은 각각 0.221-0.397로 저조했고, 19경기 가운데 23개의 삼진을 당하며 맥을 못 췄다. 왼쪽 손목 골절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홍세완의 공백도 아쉽다. 홍세완은 올 시즌 SK전 타율 0.308로 하위타선의 첨병역할을 했다.
타격이 되살아난 SK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 타선’이 강점이다. 두 자리 수 이상 홈런을 터뜨린 타자가 무려 10명인 SK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6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리그 최고의 강타선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팀 타율 1위(0.285)에도 불구하고 타선 전체가 KIA 투수들에게는 별다른 힘을 써보지 못했다. 그나마 주전들 가운데 이호준(0.349)과 김재현(0.314)만이 활약했고, 플레이오프 MVP 박정권 역시 광주구장에서의 타율이 0.313으로 시즌 타율(0.276)을 상회한다.
김성근 감독은 왼손 투수가 부족한 KIA의 투수진을 고려해 박재상-김재현-박정권 등의 좌타자들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활약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② ‘선발투수’ KIA > SK
KIA의 올 시즌 1위 비결은 ‘구로펀치’ 구톰슨-로페즈의 활약과 윤석민-양현종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의 아름다운 조화였다.
KIA 선발투수들은 3.93(2위)의 평균자책점과 함께 46.6%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성공률을 보였다.
특히 1차전 선발로 예고된 로페즈는 올 시즌 14승5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막강 선발의 한 축을 담당했다. SK전에서도 유독 강했던 로페즈는 5경기(선발 4경기)에 나와 2승 평균자책점 2.27로 ‘SK 천적’임을 과시했다.
재활을 마치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윤석민의 활약도 기대된다.
윤석민은 “SK를 상대로 페넌트레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두산보다 자신 있는 투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민은 올 시즌 SK전 3경기(선발 1경기) 11.1이닝 등판,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79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SK 선발투수들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3.63(1위)으로 오히려 KIA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퀄리티스타트 확률 역시 40.6%로 KIA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다만, 에이스 김광현이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도 나서지 못해 선발진의 무게감은 아무래도 KIA보다 떨어진다.
플레이오프에서 부상 투혼을 불사른 채병용은 여전히 몸 상태가 불안정하다. 따라서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송은범의 컨디션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래도 후반기 에이스로 활약한 글로버는 두산과의 4차전에서 부진했지만, 5일이라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 정상 컨디션으로 2차전 등판이 가능하다.
1차전 선발로 예고된 카도쿠라는 확실한 KIA 킬러다. 올 시즌 8승4패 평균자책점 5.00으로 부진한 반면, KIA전에서 승패는 없었지만 5경기에 선발등판해 27.2이닝동안 3.25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③ ‘불펜’ KIA < SK
KIA는 마무리 유동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유동훈은 주무기 싱커로 6승 2패 10홀드 22세이브를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0.53으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다만, 필승 계투조가 손영민-곽정철-유동훈으로 한정적이라 선발진이 무너질 경우 경기 자체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 이미 KIA는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승리 공식이 ‘선발 호투-필승 계투’였던 반면, 선발 붕괴는 곧 패배로 이어졌다.
따라서 돌아온 한기주가 박빙의 상황에서 1이닝 정도를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가의 여부와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얼마나 자신감 있는 투구를 펼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진다.
조범현 감독 역시 취약한 불펜을 잔뜩 의식한 듯 “2차전 선발 윤석민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을 가동하겠다. 구톰슨이나 양현종도 등판할 수 있다”며 1차전 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다.
SK의 ‘벌떼’ 마운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발과 구원, 마무리의 경계가 모호한 SK는 위기다 싶으면 이닝을 가리지 않고 스페셜리스트 투수들이 어김없이 등판한다.
올 시즌 SK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3.71(1위)로 3.89를 기록한 KIA와 별 차이가 없지만 양과 질에서 압도한다. SK 불펜은 KIA보다 96이닝을 더 책임졌고, 구원승도 29승이나 따내 최고의 불펜을 자랑한다.
SK 불펜에서는 윤길현이 KIA에 강했다. 윤길현은 올 시즌 KIA전 8.1이닝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16으로 활약했고, 정대현(0.00)-이승호(3.06)-고효준(3.09)도 제몫을 다했다.
지난 5차전에서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김성근 감독은 이승호-윤길현-고효준-정대현-정우람 등을 차례로 등판시켜 1이닝씩 실전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④ ‘수비&주루’ KIA < SK
KIA 타자들은 전체적으로 발이 느린 편이다. 팀 도루도 113개로 6위에 그쳤고, 도루 성공률은 68.5%로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톱타자 이용규는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10개의 도루에 그쳤지만, 어느 상황에서든 2루를 훔칠 수 있는 재주꾼이다. 이용규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운 김원섭(20개)과 이종범, 이현곤 등도 루상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줄 선수들이다.
SK는 181개의 팀 도루를 기록하며 홈런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대형(LG)에 이어 도루 부문 2위에 오른 정근우(53개)의 활약이 관건이다. 플레이오프 내내 방망이가 침묵한 탓에 뛸 기회가 없었지만, 일단 나가기만 하면 상대 투수의 집중력을 흩뜨려 놓을 수 있다.
게다가 KIA 포수 김상훈의 도루 저지율이 0.228로 리그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도 SK로서는 호재다. 이에 김성근 감독도 미디어데이에서 “정근우가 움직여줘야 돌파구를 열 수 있다”며 한국시리즈 키 플레이어로 지목했다. 이밖에 박재상(33개), 나주환(21개), 박재홍(15개)도 결코 무시 못 할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
실책에서도 두 팀은 올 시즌 나란히 94개의 팀 실책을 저지르며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지만, 질에서는 SK 쪽에 무게가 실린다.
KIA는 내야수비진들이 얼마나 실책을 줄이는가가 관건이다. 3루수 김상현의 실책은 21개로 이 부문 불명예 1위다. 수비가 취약한 김상현이 강습타구가 많은 ‘핫 코너’라는 특성과 처음 맞이하는 큰 경기에 따른 부담을 떨치는 것이 중요하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