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프 회동 실무팀·美 재계 접견…대미 접촉면 확대
靑, 국익 중심으로 한미 관계 바라봐 달라
李 "어떤 외풍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론 유지
전문가 "대통령 메시지, 미국 겨냥 읽힐 수밖에"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굴종 외교는 안 된다'며 외교 원칙을 분명히 한 뒤 청와대가 미국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자주 외교 기조는 유지하되 막힌 고위급 소통은 정상 간 채널과 재계 채널로 보완해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에반 그린버그 미한재계회의 위원장을 접견하고 한미 통상관계와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투자가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 회동에 대비해 의전·외교·경호 라인이 참여하는 실무팀을 꾸려 준비에 들어갔다. 회동은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한미 관계를 국익의 관점에서 차분히 봐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개별 사안을 동맹의 이상 신호로만 해석하기보다 국익을 중심에 두고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미 간 현안이 하나둘 불거질 때마다 관계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한 부담이 묻어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도 원칙론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 출범 500일을 앞두고 "국민주권정부는 어떤 외풍이나 또 저항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민생 개선 또 실용적 개혁, 포용적 통합의 길을 굳건하게 걸어가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는 "국가 간 관계에 있어서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며 "이견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원칙론과 관계 관리를 병행하려는 이중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지층이 호응하는 자주 외교 메시지는 대통령이 직접 내되, 실무 차원에서는 정상 회동과 재계 접촉 등으로 미국과의 접점을 늘려 갈등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주미대사가 국정감사에서 백악관과의 고위급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인정할 만큼 정부 간 채널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핵추진잠수함 연료 지원과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연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목표연도 설정 등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 안보 현안도 줄줄이 남아 있다. 대통령의 원칙론 메시지가 이어질수록 협상 테이블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메시지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의 가장 높은 수준에서 나오는 메시지인데, 전후 맥락을 다 떠나서 그런 식의 굴종 외교니 사대 외교니 하는 것은 결국은 미국을 겨냥한 얘기로 읽힐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비자 발급의 문제라든지 정보 공유의 문제라든지 그런 건 사실은 한국에 대한 신뢰의 문제와 연결돼 있는 것"이라며 결국 중국 견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미국이 묻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과 같이 간다는 전략 차원에서 같은 입장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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