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틴 넘어선 복합 원료로 차별화
윤기·탄력·밀도 등 관리 영역도 확대
업계, 일상수요 겨냥 성장동력 모색
탈모는 인류의 오랜 난제입니다. 최고 권력자도, 재벌도 탈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평범한 탈모인들을 좌절하게 만듭니다.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시장이기도 합니다. "탈모를 해결하는 자, 돈방석에 앉으리니." 인류의 난제를 풀고 '머리 위 금맥'을 캐기 위해 분투하는 제약, 바이오, 코스메틱, 이너뷰티 업체들의 골드러시를 조명합니다. [편집자주]
ⓒ게티이미지뱅크
탈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상 속 영양소 보충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이너뷰티(건강기능식품) 업계가 '모발 건강'을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삼고 있다.
정부 규제에 따라 탈모 치료나 발모를 직접 언급하기 어려운 만큼 모발의 영양과 건강, 윤기·탄력 등을 관리하는 제품을 앞세워 탈모를 우려하는 소비자의 먹는 관리 수요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모발 관련 이너뷰티 제품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비오틴 등 단일 성분 중심에서 여러 원료를 조합하거나 모발 건강에 특화된 기능성 원료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비오틴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대사와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수용성 비타민이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에서 인정된 비오틴의 기능성은 탈모 개선이 아닌 영양소의 정상적인 대사에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리서치 전문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가 최근 공개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모발·두피 관리 목적에서 비오틴이 33.5%로 선두를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모발 관련 영양제가 기존 비오틴 같은 단일 성분을 중심으로 접근했다"며 "비오틴을 포함해 최근에는 여러 성분을 조합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도록 제품을 개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탈모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모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계에서도 기존 이너뷰티 제품의 관리 영역을 모발까지 확대하는 등 기능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뉴트리원은 비오틴과 맥주효모 등을 조합한 '뉴트리원라이프 더블업 맥주효모 비오틴'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 소비자에게 익숙한 원료를 복합적으로 배합해 모발 관리 수요에 대응하는 제품이다.
기존 이너뷰티 제품의 관리 영역을 모발까지 넓힌 사례도 있다. 뉴트리는 모발 건강 기능성을 인정받은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를 적용한 '에버콜라겐 스킨앤헤어'를 선보였다. 비오틴과 비타민B군, 망간 등을 함께 배합해 피부와 모발을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GC녹십자웰빙의 'LB-P9' 역시 모발 상태의 윤기·탄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개별인정형 원료다. 기존 장 건강 등을 중심으로 활용되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 모발 건강 관리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다.
동원F&B가 판매하는 GNC 비오틴 제품도 비오틴의 영양학적 기능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제품에는 지방·탄수화물·단백질 대사와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라는 설명이 담겼으며, 탈모나 모발 관리 제품을 별도 소구하지 않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국내에서 모발 건강 기능성을 내세운 이너뷰티 제품들은 샴푸 등 일반 뷰티 제품군보다 적다. 새로운 기능성 원료를 자체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한 연구개발 기간과 비용이 필요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소비자가 기대하는 모발 관리 수준에 비해, 건기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능성과 평가 기준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라며 "소비자는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하지만, 업체는 이를 제품의 기능으로 직접 표현하기 어려워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는 건기식이 탈모 치료 시장에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2023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평가 가이드(모발 건강 관련)'를 발간해 모발 건강 기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제도권에서 인정되는 모발 건강 기능성은 모발 상태의 윤기·탄력 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가 출시하는 이너뷰티 제품에는 '모발 건강 상태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구 정도만 표기가 가능하거나, 이 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탈모'와 '모발 건강'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제품들이 소비자의 부정확한 인식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모발 건강 표방 식품 30개를 조사한 결과 일반식품과 건기식이 각각 15개였으며, 전 제품에서 표시·광고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4개 제품은 '탈모 예방·치료', '탈모 영양제' 등의 표현을 사용했고, 나머지 16개 제품에서도 거짓·과장 또는 허위사실이 포함된 체험기 등이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데일리안DB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원료의 차별화보다 섭취 편의성과 제형, 휴대성 등 지속적인 섭취를 돕는 제품 경험을 경쟁 요소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발 건강 관련 건기식은 과거 특정 성분을 보충하는 것 이상으로 소비자가 장기간 섭취할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학계에선 모발 건강 관리와 탈모 치료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탈모는 유전·호르몬·영양 상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인 만큼 특정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만으로 탈모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의학계 한 관계자는 "탈모는 유형과 원인이 다양하고 단순히 하나의 영양소를 보충한다고 해서 탈모가 개선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건기식은 탈모 치료를 대신하기보다는 영양 상태를 보완하고 모발 건강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탈모' 자체보다 모발 상태를 관리하는 예방 성격으로 제품의 기능을 구체화하고 있다. 탈모를 우려하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어떤 모발 상태를 원하는지 제품을 구체화하는 것이 이너뷰티 업계의 새로운 기회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발 건강 기능성이 세분화되고 평가 기준이 구체화된다면 소비자에게는 명확한 제품 선택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기식 업체 입장에서도 보다 다양한 섭취형 모발 관리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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