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옥처럼 느끼고 잡는다…KAIST ‘로봇 손’ 개발

정다운 기자 (sanae@dailian.co.kr)

입력 2026.09.30 08:07  수정 2026.09.3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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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구동 기능 하나의 소재에 구현

빛 꺼도 잡은 형태 10분 이상 유지

카이스트(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문홍철 교수 연구팀이 물체의 접근을 감지하고 빛에 반응해 움직이는 이온성 소프트 로봇 소재 ‘이오노그래스퍼(Ionograsper)’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카이스트

파리지옥처럼 주변 물체를 감지한 뒤 빛을 받으면 스스로 굽어 물체를 붙잡는 ‘로봇 손’ 소재가 개발됐다.


카이스트(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문홍철 교수 연구팀이 물체의 접근을 감지하고 빛에 반응해 움직이는 이온성 소프트 로봇 소재 ‘이오노그래스퍼(Ionograsper)’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일반적인 로봇은 주변을 인식하는 센서와 움직임을 만드는 구동부가 각각 필요하다. 소프트 로봇에 이들 장치를 따로 장착하면 부품과 배선이 늘어 구조가 복잡해진다.


연구진은 센서와 구동부 역할을 하나의 고분자 소재에 담았다. 빛을 받으면 모양이 변하는 ‘아조벤젠’과 수분을 흡수하는 고분자를 결합해 내부에서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하를 띤 물체가 가까워지면 소재 내부의 양이온과 음이온이 재배열되면서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이를 이용해 별도의 감지용 전압 없이 물체의 접근과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다.


자외선을 비추면 아조벤젠의 분자 구조가 변하고 소재 한쪽 면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소재가 굽는다. 연구진은 이 움직임으로 물체를 감싸 붙잡는 모습을 구현했다.


빛을 끈 뒤에도 변형된 형태는 10분 이상 유지됐다. 소재 표면으로 수분이 다시 들어오고 고분자 구조가 천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물체 감지와 구동, 형태 유지 기능을 하나의 소재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센서와 구동부를 따로 장착할 때 필요한 부품과 배선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현재는 전하를 띤 물체를 감지하고 자외선으로 움직이는 단계다. 향후 감지 거리와 구동 속도, 내구성, 물체를 지탱하는 힘을 높이고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에서도 작동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전북대학교 화학공학부 김용민 교수가 제1저자, 문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 14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


문홍철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하나의 소재가 물체를 감지하고 빛에 반응해 움직이도록 구현했다”며 “AI 제어 기술과 결합해 피지컬 AI 로봇용 감각·구동 소재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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