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여사 147억 쏟아붓자 청운동·사직동 잇단 매입… 32억 시세차익도
인건비 제외한 사업별 공익지출은 연 7000만원 안팎…총자산의 0.4% 수준
검찰, 8월 재단·연희동 자택 압수수색…'안방 비자금' 자금원 추적
노태우 전 대통령ⓒ데일리안 자료사진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수사가 30여 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소정수)는 지난 8월 21일 김 여사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동아시아문화센터, 노태우센터, 차명계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비서관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이 아닌 부인 김옥숙 여사가 관리·출연한 자금의 흐름을 겨냥하고 있다. 수사의 한복판에는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있다. 국세청 공시 서류상 이 재단은 2012년 2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5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이후 확인되는 가장 큰 출연자는 김 여사다. 김 여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47억원을 냈다. 2022년 별도로 설립된 노태우센터 출연금 5억원을 더하면 두 재단에 낸 돈은 152억원이다.
수사의 단서는 이른바 '김옥숙 메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이 메모에는 '선경 300억', '신 회장 100억' 등 904억원대의 자금 내역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메모에 등장하는 자금과 두 재단 출연금의 원천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닿아 있는지, 재단 출연을 통해 출처를 감추거나 세금을 포탈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이 재단 기부금 152억원에 한정돼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피의자에서는 빠졌다. 노 관장은 일단 피의자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검찰은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하고 출석 일정을 협의 중이다. 이에 본지는 동아시아문화센터가 공개한 2023~2025년 결산서류를 토대로 출연금과 부동산 거래, 공익사업 지출, 결산 수치의 불일치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김옥숙 메모' 904억… 30년 만에 다시 터진 비자금
앞서 5·18기념재단은 2024년 10월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당시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인 측이 제기한 비자금 은닉 의혹은 모두 1266억원대다. '김옥숙 메모'에 적힌 904억원, 차명보험 의혹 210억원, 동아시아문화센터와 노태우센터 출연금 152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의혹의 뿌리는 30여 년 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0월 27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재임 중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시인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파악한 조성 규모는 4500억~4600억원이었고, 법원이 뇌물로 인정해 추징을 명령한 금액은 2628억9600만원이었다. 추징금은 동생 노재우씨와 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 측의 대납 등을 거쳐 2013년 9월 완납됐다.
추가 비자금 의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을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노 관장 측이 법원에 제출한 '김옥숙 메모'에는 '선경 300억', '신회장 100억' 등 904억원대의 자금 내역이 적혀 있었다. 김 여사가 1998~1999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서다. 노 관장은 1991년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도 증거로 냈다. 여기에 2007년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김 여사가 2000~2001년 차명으로 농협중앙회 보험상품에 210억원을 납입한 사실까지 재조명됐다.
고발인 측은 이 메모를 김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따로 보관·관리한 정황으로 봤다. 비자금이 최종적으로 흘러든 곳으로는 공익재단을 지목했다. 추징금 완납 이후 이어진 김 여사의 거액 출연과 같은 시기에 집중된 재단의 부동산 거래를 근거로 들었다.
김 여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에만 총 147억원을 쏟아부었다. 연도별로는 2016년 10억원, 2017년 10억원, 2018년 12억원, 2020년 95억원, 2021년 20억원이다. 2022년 노태우센터 설립 때 낸 5억원을 합하면 두 재단 출연금만 152억원에 이른다. 특히 아들 노재헌 주중대사가 이사장에 취임한 2020년 한 해에만 전체 출연액의 65%에 달하는 95억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동아시아문화센터의 회계장부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국회방송 캡쳐
◆ 기부금 들어오자마자 부동산 쇼핑…청운동 사고 사직동 짓고
석연치 않은 점은 김 여사의 거액 출연금이 입금된 시기마다 재단의 대규모 도심 부동산 매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는 사실이다. 재단은 김 여사가 10억원씩 출연한 직후인 2017년 10월 서울 종로구 청운동 건물을 14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95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온 이듬해인 2021년 4월에는 종로구 사직동 건물을 30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청운동 빌딩은 증축을 거쳐 2024년 11월 47억원에 팔렸다. 매입가보다 32억4000만원 오른 값이고, 결산서류에 반영된 장부상 처분이익은 21억5182만원이다. 고발인들은 김 여사가 2018년에 낸 12억원이 증축 비용으로 쓰였고, 그해 재단 지출 10억9000만원의 95%가량이 청운동 증축·수리비였다고 주장했다.
사직동 건물에서도 대규모 공사 흔적이 결산서류에 남아 있다. 2023년 말 28억6951만원이던 '건설 중인 자산'은 2024년 말 0원이 됐다. 같은 해 매각된 청운동 건물이 장부에서 빠졌는데도 건물 취득원가는 14억8163만원에서 36억4593만원으로 늘었다. 사직동 신축 공사비가 건물 계정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고발인들은 이런 출연과 부동산 거래를 근거로 재단을 "노태우 비자금을 굴리고 있는 핵심 기지"라고 지목했다. 다만 출연금이 실제 비자금에서 나왔는지, 그 돈이 부동산 매입과 증축에 쓰였는지는 결산서류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검찰이 두 재단에 들어간 152억원의 계좌 흐름을 어디까지 되짚느냐에 달린 문제다.
결산서류 안에서 설명되지 않는 대목은 또 있다. 2023년 재무제표에 적힌 주식 18억원은 같은 서류의 명세서에서 0원이었고, 그해 총자산은 이듬해 222억원에서 152억원으로 고쳐졌다. 공익사업에 써야 할 운용소득 12억원은 쓰이지 않았다. 본지는 ②편에서 공시 불일치를, ③편에서 지출 의무를 짚는다. 동아시아문화센터 측은 본지가 보낸 질의에 기한 내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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