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2막 온다…무대는 블록체인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09.20 10:00  수정 2026.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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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99% 달러 연동

주식·채권 온체인화로 영향력 확대

비달러 국가서 법정화폐 전환 70%

통화주권 약화 우려

블록체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자산의 온체인화를 통해 달러 패권을 강화하면서 비미국 국가의 통화주권을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기존 금융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장한 블록체인이 오히려 달러 중심의 금융질서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데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까지 블록체인으로 옮겨가면서 달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20일 신한투자증권이 발간한 ‘블록체인과 디지털 금융질서의 재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056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99%가 달러에 연동돼 있으며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이 전체 시장의 약 85%를 차지한다.


블록체인은 국가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거래를 목표로 등장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결제수단보다 투자·가치저장 자산으로 활용돼 왔다.


실제로 2025년 이후 연율화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44.4%, 이더리움이 71.9%에 달한 반면 USDT는 1.9%에 그쳤다.


이에 시장은 탈중앙화 자산 대신 달러의 안정성을 블록체인 위로 옮긴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수단으로 선택했다.


그 결과 블록체인은 달러를 대체하는 통화망이 아니라 달러의 새로운 유통망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은행 계좌와 국제결제망을 거쳐야 달러를 보유하거나 송금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지갑만으로 달러 가치에 접근할 수 있다.


미국도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기보다 금융 인프라로 편입하는 방향을 택했다.


지난해 7월 통과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해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과 상환·공시 기준을 제도화했다.


발행사는 발행액 이상의 준비자산을 현금과 은행예금, 단기 미국채 등으로 보유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날수록 단기 미국채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국가부채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주요 발행사가 보유한 미국채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 미만인 데다 기존 은행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국채 수요의 순증가 효과도 제한될 수 있어서다.


더 큰 변화는 미국 밖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법정화폐 전환을 분석한 결과 70% 이상이 비달러 통화에서 발생했다.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달러 금융망에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달러 보유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의 온체인 전환도 달러 집중을 가속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시큐리타이즈와 온도파이낸스 등이 펀드와 미국 주식·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화하고 있으며 로빈후드도 자체 블록체인을 통해 주식 토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자산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되고 담보로 활용되면 온체인에서도 달러 중심의 신용시장이 형성된다.


미국의 금리 변화가 달러 조달비용과 담보가치, 자본 이동을 통해 다른 국가의 금융시장에 더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미국 국가에는 통화주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자국 통화 예금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은행의 예금 기반이 약화되고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수 있다.


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자산이 하나의 디지털 금융망에서 연결될수록 결제와 담보에 사용되는 기준통화의 영향력도 커진다”며 “온체인 금융의 경쟁은 어떤 자산을 올리느냐에서 어떤 통화가 금융망의 결제 기준을 차지하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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