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9억3677만 달러…북미 역대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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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장가가 13년 만에 여름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 등 대형 흥행작이 시장을 이끈 가운데 공포, 애니메이션, 음악영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관객을 끌어모았다.
매출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실제 극장을 찾은 관객 수가 전년보다 증가했고, 그동안 극장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젊은층과 평소 영화를 자주 보지 않던 관객까지 객석으로 들어왔다. 하반기에도 대형 기대작들이 대기하면서 올해 북미 박스오피스가 연간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박스오피스 집계업체 렌트랙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노동절 연휴가 끝난 9월 7일까지 북미 여름 박스오피스 매출은 47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세운 종전 기록을 13년 만에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월 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다만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 매출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오디세이'·'옵세션'·'백룸'·'마이클' 포스터ⓒ소니 픽쳐스·유니버설 픽쳐스·포커스 피쳐스·A24·유니버설 픽쳐스
올해 여름은 성수기 초반부터 흥행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5월과 6월 각각 1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7월과 8월에도 월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특정 작품의 개봉 시기에만 매출이 급등했다가 빠지는 대신 여러 흥행작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여름 내내 시장의 규모를 유지했다.
중심에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있었다. 북미 누적 매출 9억3677만 달러를 기록하며 2015년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9억3662만 달러)를 근소한 차이로 넘어서, 11년 만에 북미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새로 썼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 역시 6억 달러를 넘어섰고, 6월 개봉한 '토이 스토리5'도 4억8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흥행에 힘을 보탰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유명 감독의 작품이 시장의 천장을 높였다면 그 아래에서는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 흥행의 폭을 넓혔다.
마이클 잭슨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긴 '마이클'은 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라이온스게이트의 북미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공포영화의 존재감도 컸다. '옵세션'은 2억 달러를 넘어섰고 A24의 '백룸' 역시 2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슈퍼히어로와 애니메이션, 감독 중심의 대형 영화가 흥행 상위권을 차지하면서도 공포와 음악영화까지 성과를 내면서 서로 다른 취향의 관객이 극장을 찾을 만한 작품이 여름 내내 공급됐다.
특히 올해 흥행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젊은 관객이다. '옵세션'과 '백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등에서는 Z세대의 관람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흥행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포영화에서도 젊은 관객이 움직였다는 점은 이들의 극장 관람이 특정 유형의 콘텐츠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소 극장을 자주 찾지 않던 관객까지 움직였다는 점도 올해 시장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클'이다. 이 작품의 관객 가운데 1년에 몇 차례 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영화를 보러 간다고 답한 관객은 45%에 달했다. 극장업계 입장에서는 이미 자주 영화를 보는 관객의 방문 횟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평소 극장과 거리가 있던 사람을 움직일 만한 작품이 시장 확대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스트리밍을 둘러싼 소비 방식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스튜디오 임원은 스트리밍이 일상적인 콘텐츠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은 반면 극장은 집을 나와 친구를 만나고 다른 관객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나들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고 영화 관람을 사회적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Z세대에게 극장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곳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스트리밍과 극장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OTT가 급성장하던 시기에는 집에서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편의성이 극장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혔다. 그러나 스트리밍이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은 지금은 극장이 제공하는 집 밖의 경험과 공동 관람 자체가 스트리밍과 구별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올여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이 같은 경험에 반응하는 젊은 관객과 평소 극장을 자주 찾지 않던 관객이 동시에 늘었다.
상승세가 여름에 그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반기에는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듄: 파트3' 등 대형 기대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름까지 확보한 관객에 대형 프랜차이즈의 흥행이 더해질 경우 올해 북미 연간 박스오피스가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성장을 연말까지, 나아가 앞으로도 이어가려면 새로운 과제도 남는다. 이번 흥행을 이끈 것이 기존 충성 관객이 아니라 Z세대와 비정기 관객이었던 만큼, 이들을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관객층으로 붙잡아 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트리밍과 구별되는 극장만의 경험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설계해낼 수 있느냐가 여름의 기록을 연간 기록으로 이어가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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