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투놀이´로 배우는 시조 학습

박정우 기자 (dirtbox@naver.com)

입력 2009.08.29 17:11  수정

대구 중구문화원-동부교육청, 중학교 교과과정에 가투놀이 포함


"잊혀져가는 전통놀이 중 하나인 ´가투(歌鬪·고시조를 활용한 카드놀이)´를 문학 학습용으로 보급하면 어떨까?"

가투 보급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능률을 높이고, 전통문화도 계승하자는 대구시 중구문화원의 이같은 제안을 대구시 동부교육청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구 동부교육청이 관할하는 39개 중학교에서는 국어시간에 이 가투놀이를 하면서 우리의 전통 시가인 시조를 접하게 된다.

29일 중구문화원에 따르면 일명 시조놀이라고도 불리는 가투놀이는 다양한 고시조들을 적은 카드 형태의 가투를 갖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놀이다.

가투는 명함 크기의 종이 카드 200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00장의 카드에는 100수의 시조 전체, 또 다른 100장의 카드에는 같은 시조의 종장만이 적혀 있다. 시조 전체가 적힌 카드는 ´꽃쪽´, 종장만 적힌 카드는 ´엽쪽´이라 불린다.


놀이의 좌장이 정해지면, 좌장은 종장만을 적어놓은 카드 즉 엽쪽을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 앞에 골고루 펼쳐놓는다. 이후 좌장이 시조의 첫 구절이나 초장을 읽어주면 놀이에 참여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바닥에 놓인 카드에서 그 시조의 종장 카드를 찾는다. 그리고 초장을 읽어 줘도 사람들이 카드를 찾지 못하면, 중장과 종장까지 차례로 읽어서 찾게 하는 방식으로 종장 카드를 가장 많이 찾은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놀이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면 편을 갈라 단체 경기로 진행할 수 있고, 각각의 카드마다 점수를 다르게 부여해 많은 점수를 획득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도 있다.

1920년대 초반 처음 만들어진 가투놀이는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시조부흥운동의 영향 아래 부녀자들의 정월놀이이자 일반 가정의 고상한 취미생활로 대중들에게 향유됐다.

김종국 중구문화원 사무국장은 "당대 사람들은 가투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시가를 접하면서 시조 학습의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따라서 가투놀이는 근대 이후 시조가 우리의 국민문학으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국문학과 정우락 교수 등을 통해 가투놀이를 고증 발굴하고, 현대적으로 제작한 중구문화원에서는 지난 27일 동부교육청에서 김덕영 중구문화원장과 김이균 동부교육청 교육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투 증정식을 가졌다.

김덕영 원장은 이날 "사라져가는 전통놀이 중 하나인 가투를 복원, 각 학교나 사회곳곳에 보급해 건전한 놀이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라며 "옛 시조 부흥이 다시 일어나 현대인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시조 한편이 자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이균 교육장은 "교육적 효과가 높은 놀이문화를 보급함으로써 학생들의 건강한 심신을 기르고, 나아가 효율적인 국어 학습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일리안 대구경북 =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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