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자본비율 개선 탄력
목표 넘긴 CET1…주주환원 청신호
환율 반등·충당금 부담은 변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살피고 있다.ⓒ연합뉴스
3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요 금융지주사의 연말 추가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건전성 지표인 자본비율이 개선되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위한 실질적인 실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5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84.6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하향세다.
미국의 긴축 우려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좁혀진 것이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둔화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라 달러 유입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금융권에서는 건전성 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계산한다.
환율이 내려가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이나 해외 유가증권 등 RWA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들고, 분모가 작아져 CET1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CET1 비율의 수치가 높을수록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현금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여력이 커진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금융지주사의 CET1 비율이 약 1~2bp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대비 환율이 200원 가까이 하락하고 있어 환율 효과로만 30~40bp 내외의 CET1 비율 상승을 예상한다.
현재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는 주주환원 확대의 기준점으로 CET1 비율 13%를 제시하고 있다.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현금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올 상반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 단순 평균은 13.52%로, 각 사가 당초 설정했던 목표치인 13.0%를 모두 웃돌았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분기 환율이 160원 이상 하락하면서 하나금융에 약 1500억원의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했다"며 "호실적과 환율 하락 효과로 보통주자본비율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KB금융에 대해 "14%에 육박하는 CET1 비율은 주주환원 확대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에 대해서도 "외화한산이익이 1000억원 가량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CET1 비율이 5~10bp 추가 상승할 여지가 높아 14%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에 대해 "배당가능이익에 여유가 있는 만큼 가시성 높은 주주환원의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 안정만으로 자본 유휴 여력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을 둘러싼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아서다. 고금리 장기화로 누적된 중소기업·자영업자 부실채권 증가세가 변수다.
건전성 방어를 위해 대손비용을 늘려야 한다면 환율 하락으로 확보한 자본 여력이 일부 상쇄될 수 있다.
가계대출 억제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 등도 주주환원 속도를 조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연내 환율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달러 매도 수급이 약해지는 가운데 미국 연준의 긴축 경계감도 커지면서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주환원은 경영전략이나 운용전략으로 결정되는 최종값"이라며 "연말까지 환율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환차익, 자본비율 개선 등에 따라 주주환원 재원이 추가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높은 금리로 인해 금융사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등 다른 변수도 존재해 시장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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