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금리 우려에 투심 위축
트럼프, 쟁점됐던 윤리규정 '수용'
15일 표결서 60표 확보 시험대
전쟁·유가·금리 악재로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미국 클래리티법이 규제 불확실성을 덜어내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비트코인이 8만 달러 아래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다시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정책으로 향하고 있다.
한 차례 처리가 미뤄졌던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이 다시 상원의 시험대에 오르면서다.
전쟁과 금리 등 시장을 짓누르는 대외 악재를 당장 걷어낼 수는 없지만 법안이 진전을 보일 경우 적어도 미국의 규제 불확실성을 덜어내며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 상원은 현지시간 15일 오후 2시15분 클래리티법 심의를 위한 절차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법안이 상원의 본격적인 심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표결에서 60표를 확보해야 한다.
문턱을 넘으면 법안에 대한 토론과 수정안 논의 등 후속 절차가 이어지게 된다.
이번 표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진 데다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리 상승은 위험자산으로 향하는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부담이다.
비트코인 역시 최근 8만 달러선을 내준 뒤 뚜렷한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클래리티법의 진전은 시장을 둘러싼 여러 불확실성 가운데 규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영역을 나누고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율 체계를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가상자산의 성격과 감독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사업자의 의사결정은 물론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행정부나 규제기관의 정책 판단을 넘어 법률에 기반한 규제 틀이 마련되는 만큼 시장의 예측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클래리티법이 실제 본격적인 심의 단계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남아 있다.
지난해 하원을 통과한 클래리티법은 상원에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한 차례 처리 일정이 미뤄졌다.
이후 공화당은 민주당 측 요구를 반영해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규제와 신용조합의 가상자산 업무 권한 등을 손질한 수정안을 내놨다.
표결을 코앞에 두고는 막판 쟁점으로 남아 있던 윤리조항에서도 절충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부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을 제한하기 위해 제시된 윤리규정의 상당 부분을 수용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기존 조항만으로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을 막기에 부족하다며 규정 강화를 요구해왔다.
60표 확보를 위해 이들의 동참이 필요한 만큼 윤리조항은 막판 협상의 핵심 변수로 꼽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용으로 여야 간 이견을 좁힐 여지는 커졌지만 60표 확보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공화당이 상원 100석 가운데 53석을 차지하고 있어 소속 의원 전원이 찬성해도 민주당 등에서 최소 7표가 필요하다.
공화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올 경우 필요한 표는 더 늘어난다.
표결이 한 차례 더 무산될 경우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약 7주밖에 남지 않은 데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야가 정치적 쟁점에서 타협할 여지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60표의 벽을 넘지 못하면 법안 자체가 폐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내 입법 동력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절차표결을 통과하면 한 차례 멈춰 섰던 시장구조 입법은 다시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가상자산 시장으로서는 전쟁과 유가, 금리라는 대외 변수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적어도 규제라는 불확실성 하나를 덜어낼 기회를 맞는 셈이다.
다만 클래리티법이 60표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가격 반등과 연결하기는 어렵다.
절차표결 이후에도 상원 심의와 수정 과정이 남아 있는 데다 현재 시장을 짓누르는 전쟁과 유가, 금리 문제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결국 클래리티법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모든 악재를 한꺼번에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쌓인 불확실성 가운데 규제라는 한 축을 낮추는 데 있다.
거시경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막판 윤리조항 절충까지 이뤄낸 클래리티법이 60표의 첫 관문을 넘어 위축된 가상자산 시장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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