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퇴임으로 대법관 2석 공백 발생
한병도 "조희대, 신속하게 재제청하라"
'탄핵' 외친 과거와 달리 공세 방향 수정
'공소 취소 연결' 여론 악화에 신중론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10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등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대법관 2석 공백이 현실화한 데다, 후보추천위 재구성 얘기까지 나오자 더 늦출 수 없단 판단에서다. 다만, 당내에선 조 대법원장과의 갈등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세밀한 전략을 통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으로 대법관 2명이 공석이 된 점을 거론한 뒤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아직까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조 대법원장은 추천위가 이미 추천한 후보 가운데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흥구 대법관은 전날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남은 한 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으면서, 현재 대법관 2석이 비어 있는 상태다.
대법관 공백이 발생한 건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임명을 제청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의 후보 중 김민기 판사를 후임 대법관으로 원했지만 조 대법원장과 의견 합일을 보지 못했다고 알려지면서 임명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조 대법원장은 김 판사의 남편이 이 대통령이 임명한 오영준 헌법재판관인 만큼 '재판 공정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후보자를 사전 협의하는 관례를 깨뜨렸다면 대법관 재제청을 요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법사위 현안질의에 조 대법원장의 출석까지 요구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부친상을 당하고,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예우를 갖춰라"라며 언급 자제를 지시하면서 현안질의는 흐지부지 됐다. 이후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에 나서지 않았지만, 대법관 공백이 현실화되자 재차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을 향한 재공세가 주목 받는 건 전략이 수정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활용해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시하려 한다는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조 대법원장의 탄핵까지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대법관 공백으로 발생할 사법 공백이 조 대법원장의 책임이라는 주장과 함께 공세의 영점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병도 원내대표는 앞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건희의 3대 의혹 사건과 한덕수 전 총리, 이상민 전 장관의 내란 사건 등 중대한 사건이 회부된 전원합의체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김건희, 한덕수, 이상민, 모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기 때문에 대법관 부족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한 의원은 "내란 사건의 장기화가 조 대법원장 때문이란 걸 확실히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세 방향이 수정된 이유로는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민주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단 점이 꼽힌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둘러싼 조 대법원장과의 갈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에게 정치는 인식의 영역인데, 대법관 갈등을 두고 누가 잘못했냐가 아니라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지나치게 공격하고 있단 인식이 늘어가고 있다"며 "하다못해 호남 지지율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더 강하게 조 대법원장을 공격할 경우 삼권분립을 건드린다는 인식까지 줘서 더 큰 지지율 하락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당내에선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프레임이긴 하지만 국민의힘 쪽에서 계속 대법관 문제가 대통령의 공소 취소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니 여론이 악화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지선 때도 공소 취소 얘기가 나와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던 만큼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리는 시도에 나설 경우엔 공세를 강화하겠단 입장이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부터 다시 꾸리겠다는 건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심판을 다시 고르는 위원회 쇼핑과 다를 바 없다. 추천위 재구성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민주당 한 의원은 "청와대와 의견 합일이 안 된 것이지 추천위에서 추려 놓은 후보들이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이 상황에서 추천위를 다시 꾸리겠단 건 정말로 청와대와 한 번 제대로 각을 세우겠단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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