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PBV 전용 생산 시설 '화성 이보플랜트'
차체공장 자동화율 80%…기존 화성공장보다 9%p 높아
PV5 차체 사양만 180여개…각기 다른 車 한 라인서 생산
컨버전 센터서 냉동차·순찰차까지…'다품종 소량생산' 구현
8일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서 참가자들이 차체 공장을 관람하는 모습ⓒ기아
"현대차·기아 최초로 적용한 완전 자동화 공정입니다."
8일 경기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생산시설 '화성 EVO Plant(이보 플랜트)'를 둘러보는 동안 기아 관계자는 이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검은색 후드를 들어 올려 차체에 볼트로 고정하고, 차량 사양을 스스로 인식해 알맞은 엠블럼을 골라 붙인다. 65kg에 달하는 크래시패드를 차체 안으로 밀어 넣어 볼트까지 체결하는 작업과 차량 천장에 헤드라이닝을 집어넣는 작업에도 사람은 투입되지 않았다. 이보플랜트에서는 100% 로봇이 하는 일들이다.
이날 방문한 화성 이보플랜트는 현대차그룹 자동화 공정의 '집약체'였다. 차체공장에서는 용접 공정의 100%가 자동화됐고, 부품을 옮기는 핸들링 작업도 약 80%를 로봇이 담당한다. 이보플랜트의 자동화율은 기존 화성공장보다 약 9%포인트(p) 높고, 전체 차체공장 자동화율은 무려 80% 초반까지 높아졌다.
기아가 이곳에 로봇을 대거 투입한 이유는 단순히 사람의 손을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간 완성차 공장에선 시도한 적 없던 '다품종 소량생산'이 PBV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PV5는 패신저와 카고, 샤시캡 등 차체 형태와 시트 배열, 용도에 따라 끊임없이 사양이 갈린다. 차체공장 기준으로 구분되는 사양만 180여개에 달한다. 서로 다른 차량이 뒤섞여 생산라인에 들어와도 멈추지 않고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아 관계자는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해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판넬 사양을 구분한다"며 "앞뒤로 다양한 사양의 차량이 들어오더라도 문제없이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두 대의 로봇이 협조 제어를 통해 차체를 이송하는 모습 ⓒ기아
차체공장으로 들어서면 '다품종 생산'을 위해 달라진 공장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흔히 자동차 공장을 떠올리면 머리 위 컨베이어를 따라 차체와 부품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이곳 천장은 비교적 탁 트여 있다. 부품을 지하와 2층으로 이동하도록 설계한 덕분이다. 대신 바닥에서는 무인운반차(AGV)가 부품과 차체를 싣고 분주하게 오간다.
로봇이 부품을 분주하게 옮기고, 용접하는 것은 여타 자동차 공장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곳에서는 로봇끼리의 협력도 이뤄진다. 전부 다른 PBV 형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PBV의 특성이 공장의 구조와 로봇의 움직임까지 바꾼 셈이다.
최원종 기아 차체생기4팀 책임매니저는 "기존 공장은 공용 설비로 차체를 운반하지만 이곳은 다양한 제원의 PV5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두 대의 로봇이 서로 협조제어를 통해 이송한다"고 말했다.
아우터벅에서 차체 골격이 조립되는 모습 ⓒ기아
차체를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 기존에는 차체의 주요 골격을 하나의 '메인벅' 공정에서 조립했다면 이곳에서는 이를 인너벅·레일벅·아우터벅·루프벅 등 4개로 쪼갰다. 이른바 '4-벅 순차 조립 공법'이다. 차체를 단계별로 조립하기 때문에 크기와 형태가 달라져도 대응할 수 있고 각 부위에 맞는 용접 조건도 적용할 수 있다.
차체공장을 지나 조립공장으로 들어서자 자동화의 모습도 달라졌다. 조립공장 자동화율은 약 29%로 차체공장보다 낮지만, 현대차·기아 전체 공장에 없던 새로운 자동화 공정이 이곳에서 처음 확대 적용됐다. 차 내부에 들어가 불편한 자세로 고개를 조이거나, 무거운 부품을 직접 사람이 체결해야했던 세밀한 공정을 일부 로봇에게 맡김으로써 안전성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100% 자동화된 후드 장착 공정 ⓒ기아
후드 장착 공정은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최초로 자동화됐다. 회색 PV5 차체가 들어오자 로봇 3대가 곧바로 움직였는데, 한 대가 검은색 후드를 들어 위치를 잡고 나머지 로봇이 위아래 볼트 4개를 순식간에 체결한다. 차체 색상과 상관없이 검은색 복합섬유 후드를 사용하는 PV5의 특성을 활용해 현대차·기아 최초로 후드 장착을 조립공장에서 자동화한 것이다.
이어진 엠블럼 공정에서는 로봇이 차량에 어떤 엠블럼을 붙여야 하는지까지 스스로 구분했다. 비전 카메라로 엠블럼과 차체 위치를 확인한 뒤 정확한 위치에 부착하고 롤러로 눌러 고정했다. 카고와 패신저, 샤시캡은 물론 캠퍼·프라임·휠체어 탑승차(WAV) 등 사양에 따라 필요한 엠블럼이 달라도 대응할 수 있다.
로봇이 크래시패드를 자동으로 투입하고 체결하는 모습 ⓒ기아
65kg에 달하는 크래시패드도 로봇이 차체 안으로 집어넣고 볼트까지 척척 체결해낸다. 차량 천장에 들어가는 헤드라이닝 역시 앞뒤 부품은 자동으로 장착했다. 작업자가 무거운 부품을 들거나 차량 안으로 몸을 숙여야 하는 고중량·고부하 작업을 중심으로 로봇을 배치한 것이다.
기아 관계자는 "소프트하고 플렉시블한 부품까지 600여개의 부품을 다루기 때문에 아직 작업자들이 직접 핸들링하는 작업이 있다"며 "루프패드나 헤드라이닝 외에도 자동화를 확대하기 위해 기술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의 역할은 조립이 끝나도 이어졌다. 완성된 PV5가 검사 부스에 들어서자 3D 카메라가 차량 위치를 파악했다. 로봇은 차체 좌우 각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0.2mm 수준으로 측정하고, 18대의 카메라는 도어핸들과 아웃사이드미러 등 24개 부품의 오장착 여부를 확인한다. 마지막에는 로봇이 직접 후드를 열어 헤드램프 광축까지 조정해낸다.
ⓒ기아
공장을 빠져나온 PV5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보플랜트가 서로 다른 기본차를 한 라인에서 만드는 곳이라면, 인근 PBV 컨버전 센터는 여기에 고객의 목적을 입히는 곳이다.
컨버전 센터를 거치면 PV5는 냉동탑차부터 어린이 통학차, 스마트 순찰차, 휠체어 탑승차, 바이크 수송차 등으로 바뀐다. 완성된 차를 가져와 다시 뜯어고치는 기존 특장 방식과 달리 기아는 기본차 개발 단계부터 컨버전을 고려하는 셈이다.
컨버전 센터에는 98개의 작업셀과 14개의 검사셀이 마련됐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4만대다. 현재는 오픈베드 등 초기 모델이 투입된 상태로, 향후 PV5 기반 컨버전 모델에 이어 PV7·PV9까지 생산 범위를 확대한다.
기아는 외부 특장업체도 이 생태계에 끌어들인다. PBV 컨버전 포털을 통해 기본차의 3D CAD 데이터와 바디빌더 매뉴얼, 인증자료 등을 제공하고 기술 문의를 위한 전용 핫라인도 운영한다. 하나의 PBV 플랫폼에서 더 많은 종류의 차량이 파생될 수 있도록 개발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화성 이보플랜트 이스트에서 PV5가 생산되고 있다. ⓒ기아
기아의 PBV 생산 전략은 결국 '대량생산의 효율'과 '맞춤생산의 다양성'을 동시에 잡는 데 맞춰져 있다. 이보플랜트에서 자동화와 데이터로 수많은 사양의 기본차를 한 라인에서 생산하고, 컨버전 단계에서 고객별 용도를 입히는 방식이다.
생산 규모도 커진다. 현재 PV5를 생산하는 이보플랜트 East에 이어 대형 전동화 PBV인 PV7·PV9을 담당할 West가 가동되면 화성 PBV 생산 허브는 연간 총 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West 조립공장의 자동화율도 East의 20% 후반대보다 높은 30%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소득영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 전무는 "오토랜드 화성은 차량을 만드는 공장을 넘어 고객과 파트너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구를 모빌리티로 실현하는 PBV 생산 허브"라며 "스마트 제조기술과 컨버전 생태계를 지속 고도화해 고객에게 더욱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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