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10년 만에 파업 위기…통합 '승진 서열' 충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9.08 16:29  수정 2026.09.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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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노조 11년 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결렬 땐 쟁의권 확보

노조 "서열 기준 노사 합의해야"…대한항공 "승진은 고유 인사권"

사측 "90% 이상 승격 빨라져"…임금·휴식 등은 상당 부분 의견 접근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승진 서열을 둘러싼 갈등이 파업 위기로 번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APU)이 11년 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면서다. 임금과 휴식 등에서는 노사 간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진 가운데 통합 이후 양사 조종사의 '시니어리티(Seniority·승격 서열)'를 어떻게 정할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가 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에도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 끝에 이듬해인 2016년 12월 7일간 파업이 벌어졌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조종사들의 승진 순서를 정하는 기준이다.


노조는 단체협약 제24조에 '회사는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 제도를 준수한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통합 이후 승진 서열 역시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장 임명 시점은 기본급뿐 아니라 선임기장·수석기장 수당의 기산점이 돼 정년까지 보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누구를 승진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열의 기준을 노사가 함께 정하자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승진 기준과 대상자 결정은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인 만큼 노동쟁의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외부 컨설팅 등을 거쳐 양사 조종사의 기존 경력과 자격을 반영한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으며 통합 이후에도 대한항공 조종사의 기존 기장 승격 요건과 내부 상대서열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우려하는 통합에 따른 승진 지연도 없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통합 이후 항공기 규모와 필요한 기장 인원 등을 토대로 승격 시점을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 조종사 가운데 기존 예상보다 기장 승격이 늦어지는 사례는 없었고, 90% 이상은 오히려 승격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민간 경력 조종사의 경우에도 대한항공 출신이 아시아나항공 출신보다 평균 3년3개월 먼저 기장 승격 대상이 된다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현재 군 출신과 민간 경력 조종사 간 승격 서열 차이는 대한항공이 평균 9개월, 아시아나항공이 평균 4년으로, 통합 이후에도 양사의 기존 내부 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근거로 제시한 단체협약 제24조를 놓고도 양측의 해석은 엇갈린다. 대한항공은 해당 조항이 2003년 노조 내부 총회에서 부결된 뒤 별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2004년 임단협 당시 노조가 해당 조항 위반을 이유로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장 승격 등에 관한 인사권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취지로 기각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가 자신들이 무조건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보다 먼저 승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합리적 승진 기준 아래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는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으로, 노동쟁의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승진 서열 외 임금과 근무조건을 둘러싼 이견은 상당 부분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과 10시간 이상 비행 후 현지에서 30시간 휴식 보장, 출두 시점부터 비행수당 산정 등을 요구해왔다. 대한항공은 이들 사안은 잠정합의 수준까지 의견 접근이 이뤄져 사실상 승진 서열 문제가 남은 핵심 쟁점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회장 자택 인근 등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동쟁의 조정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15일이며 노사 합의로 15일 연장할 수 있다. 노조는 지난 4월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친 만큼 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다만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어 실제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노사가 정한 필수유지업무 수준의 운항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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