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수출 호조에 달러 공급↑, 엔화 강세도 한몫
수입물가 안정…해외여행·직구 부담도 완화
수출기업, 달러 매출 환산액 감소…고환율 효과 약화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강세 아냐"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살피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220원 넘게 떨어지며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유입과 기업들의 달러 매도에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수출기업에는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을 줄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환율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1원 오른 달러당 1345.6원에 마감했다.
1344.4원에 출발한 환율은 오전 한때 1336.3원까지 내렸지만 이후 반등했다.
종가 기준 5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장중에는 전날에 이어 1330원대를 기록했다.
환율이 장중 1330원대까지 내려온 것은 2024년 10월 이후 약 1년 11개월 만이다. 지난 7월 1일 최근 고점인 1559.2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20원 가까이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후 3시 35분 98.87로 전날(99.18)보다 하락했다.
최근 원화 강세를 이끄는 핵심 요인은 수급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가 늘어난 데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자금 유입과 엔화 강세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2.89엔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2엔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달러 강세 재료가 나왔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까지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수급 여건이 배경으로 꼽힌다.
원화 강세는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환율이 낮아지면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내려가 수입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해외여행이나 해외직구, 해외 투자 등에 필요한 달러를 사는 비용도 줄어든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원화 자산에 투자할 때 환차손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수출기업에는 부담이다. 달러로 벌어들인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꿀 때 환산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원화 강세가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파른 점도 걸림돌이다. 2분기까지 수출기업 실적을 뒷받침했던 고환율 효과가 3분기 들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이 곧바로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올해 전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이어지고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 원화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물가와 재정 여건, 경상수지 등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환율은 1200~1300원대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반 동안의 원화 약세는 해외주식 투자 확대와 수출기업의 달러 공급 감소 등 수급 요인이 만든 왜곡의 영향이 컸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내년에는 12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연말까지는 낮은 1300원대가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수출기업 영향에 대해서는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은 환율보다 품질 경쟁력이 중요해져 과거보다 환율 영향이 크지 않다"며 "다만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수익성이 낮아지는 회계상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330~1340원대 환율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원화 강세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원화 강세 재료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데다 수출업체의 달러 공급 등 수급 요인이 가세하면서 최근 환율 하락이 다소 급하게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원화 강세가 끝났다고 볼 순 없지만 최근과 같은 속도의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추가 하락하기보다 하락 속도가 둔화되거나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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