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목표치 3%로 상향됐지만
상반기 대출 러쉬로 사실상 소진에
연말 다가올수록 대출문 더 조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80조9122억원으로 집계됐다.ⓒ연합뉴스
최근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연간 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완화해 주었음에도 이미 대부분의 한도가 소진돼 실제 집행 가능한 여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말로 갈수록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더 높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연말 대출 절벽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80조91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월 말과 비교해 나흘 만에 1조2069억원 급감한 수치다.
수치상으로는 대출 규모가 줄었으나, 대출 수요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족한 잔금을 메우려는 수요가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은행들이 연간으로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한도 역시 한계에 봉착했다.
앞서 정부는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에는 약 2조7800억원 규모의 추가 여력이 부여됐다.
그러나 이미 공급된 누적액을 제하고 나면 현재 5대 은행이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잔여 여력은 2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추가로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가 은행당 평균 400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다.
정부의 총량 목표치 완화 조치가 현장에서는 사실상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총량 한도가 빠듯해지자 은행들은 대출 창구를 열었다가 다시 걸어 잠그는 등 누더기식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재개했다.
그러나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자 바로 다음 날인 2일 대출상담사 1명당 하루 접수 건수를 1건으로 제한했다.
취급 물량이 이틀 만에 전부 소진되면서 결국 다시 접수를 전면 마감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6월 이후 중단했던 변동형 주담대 판매를 지난달 20일부터 다시 재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1일 중단했던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를 이달 1일부터 재개했다.
다만 대출 한도를 줄이는 모기지신용보험(MCI·MCG) 가입 제한 조치와 비대면 주담대 신규 취급 중단 등의 조치는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 월 취급 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췄고 MCI·MCG 가입도 제한하고 있다.
은행들이 추가 취급 여력을 확보했음에도 이처럼 공급 속도를 극도로 조절하는 까닭은 연말 총량 관리 실패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 부담 때문이다.
남은 기간은 4개월에 달하는데 여력이 2000억원에 불과한 만큼, 수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체 규제 수위를 더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추가 인상해 대출 수요를 억누르거나, 비대면 대출 창구를 아예 닫아버리는 식의 강도 높은 취급 조절책을 꺼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에 대출이 워낙 많이 늘어난 탓에 현장에서 체감하는 여력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잔여 한도가 2000억원 수준이라면 대형 아파트 단지 한두 곳의 입주 잔금대출만 취급해도 곧바로 바닥나는 규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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