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음악이 많아요”…권은비, ‘데자부’로 꺼낸 추구미 [인터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9.07 08:24  수정 2026.09.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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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팝에서 하우스·UK 개러지·밴드까지 도전 예고

“디지털 싱글 연속 발매 아쉬워…다음 앨범은 피지컬로 준비”

워터밤과 다른 ‘편히 웃는 무대’…“대학 축제·새 페스티벌 가고파”

권은비가 신곡 ‘데자부’(DEJAVU)에서 덜어낸 것은 에너지가 아니라 이를 증명해온 방식이다. 높은 곳에 오르내리고, 댄서에게 몸을 맡기거나 소품을 활용해 3분을 빈틈없이 채우던 대신 부드러운 춤선과 간결한 훅을 앞세웠다. 강렬한 눈빛을 유지해야 했던 이전 무대와 달리 이번에는 편하게 웃는다. 무대 아래에서 보여준 밝고 털털한 권은비를 음악 안으로 가져왔다.


그가 찾은 새로운 음악적 추구미는 비주얼에도 이어졌다. 뮤직비디오 속 권은비는 눈가를 덮는 앞머리와 주황색 머리, 밝은 의상으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권은비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낯선 변화였다고 하자 그는 실제 자신과 대중이 떠올리는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저를 실제로 처음 만난 분들이 공통적으로 ‘차가울 줄 알았는데 털털하고 시원시원하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대중이 보는 제 이미지가 냉소적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번 노래는 그런 무드가 아니니까 헤어 컬러를 바꾸고, 앞머리로 눈을 조금 가리면 기존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밝은 옷도 입어봤고요. 예능에서 나오는 모습도 진짜 권은비예요. 저는 원하는 게 확실할 뿐 차갑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차이가 반전 매력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죠”


권은비 ⓒRBW

변화는 콘셉트뿐만이 아니다. 권은비는 그동안 주로 선보인 뭄바톤 계열이 아닌 디스코 팝을 선택했고,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음악으로 밴드 사운드와 하우스, UK 개러지를 꼽았다. 이번 곡과 그가 언급한 장르들이 일정한 결을 공유하는 만큼 음악적 추구미가 뚜렷해 보인다고 묻자 그는 자신의 취향을 인정하면서도 한 방향에 스스로를 가두지는 않았다.


“그런 장르들이 결이 비슷하잖아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장르인 것 같아요. 제가 했을 때 재미있게 무대할 수 있고, ‘나다움’을 보여주는 게 뭘지 고민할 때마다 계속 해보고 싶은 갈망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또 제 안에 자아와 추구미가 많은 것 같아요. 워터밤 무대도 재미있고, ‘데자부’도 재미있고, ‘언더워터’도 다 재미있거든요. 그냥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권은비 ⓒRBW

그는 여름을 대표하는 수식어에 이어 이제는 목소리로도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자세히 들으면 자신의 음색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꿀보이스’ 같은 수식어가 생기기를 바랐다. 그러나 최근 발표작이 싱글과 디지털 싱글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에서 음악적 폭을 보여주려면 더 많은 곡을 묶어야 하지는 않을지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최근에 디지털 싱글과 싱글을 계속 냈고 이번에도 디지털 싱글이라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어요. 미니앨범이나 정규앨범을 내고 싶다고 바로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어서 상황에 맞춰왔지만 저는 늘 곡을 더 채워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앨범은 디지털 싱글을 잠시 내려놓고 피지컬 형태로, 규모를 키워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데자부’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보다 주체적으로 골라 내놓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곡의 장르와 녹음뿐 아니라 콘셉트 포토, 비주얼 필름, 뮤직비디오, 마케팅, 무대 구성과 댄서의 인원·의상까지 세부적으로 의견을 냈다. 익숙한 고음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이전에 들려주지 않았던 음색과 발음, 몽환적인 톤을 찾는 데도 집중했다.


새로운 무대에 대한 첫 반응은 정식 활동 전 진행한 사전녹화에서 확인했다. 강렬한 퍼포먼스를 좋아했던 기존 팬들이 변화에 낯설어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오히려 권은비가 지닌 밝은 에너지가 무대에 드러난 점을 반겼다고 한다.


“팬분들이 완전히 만족해주셨어요. ‘권은비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라고 봐주셨고 무대 아래의 밝은 에너지를 좋아해주시는 분도 많거든요. 그 모습이 이번 무대에 잘 나온 것 같아서 좋아해주셨어요. ‘우리 마음이 같구나’라는 걸 느꼈죠”


그렇다면 워터밤의 강렬한 이미지와 결이 다른 ‘데자부’를 어느 축제에서 보여주고 싶을까. 권은비는 특정 페스티벌의 이름보다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무대와 대학 축제를 먼저 떠올렸다.


“제가 아직 안 해본 페스티벌이 너무 많아요. 이번 무대를 보고 여러 곳에서 섭외가 들어오면 좋을 것 같아요. 대학 행사를 다녔을 때 학생들의 에너지가 정말 좋았거든요. 이 노래를 대학 축제에서 부르면 저도 에너지를 많이 받을 것 같아서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권은비 ⓒRBW

권은비는 이번 작업의 개인적인 만족도를 90%라고 매겼다. 기준이 높은 자신에게는 상당한 수치다. 남은 10%는 노래를 듣고 무대를 볼 대중의 반응에 맡겼다.


“제 기준에서 90%면 정말 높은 거예요.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행복했고 개인적인 만족도가 높아요. 나머지 10%는 성공의 여부인데, 그건 대중분들이 채워주실 것 같아요”


‘데자부’는 ‘워터밤 여신’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선택한 곡이 아니다. 강렬한 권은비와 밝은 권은비, 뭄바톤과 디스코 팝, 워터밤과 대학 축제를 모두 자신의 활동 안에 놓기 위한 확장이다. 한 가지 추구미로 자신을 정리하기보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나씩 실제 무대로 옮기겠다는 것. 다음 피지컬 앨범을 준비하는 권은비에게 ‘데자부’는 그 넓어진 선택지를 처음으로 꺼내 보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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