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등 '데이터 적은' 단백질 구조 예측 난제 풀어
국산 AI로 신약 개발 시간·비용 부담 낮추기 목표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폴드' 온라인 교육 ⓒ온라인 교육 내용 갈무리
“p53과 MDM2의 상호작용에 대해 설명해줘.”
간단한 대화로 질병의 원인인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이 등장했다. 치료제는 특정 단백질에 달라붙어 기능을 켜거나 끄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만큼, 단백질 구조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것은 신약 개발의 필수 단계다. 그 과정을 AI가 신속하게 대신해 줄 수 있다면 신약 개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황상연 히츠 선행연구팀장은 1일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폴드' 온라인 교육에서 “기존의 AI 모델은 다양한 모달리티에서 일관된 성능을 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K-폴드는 항체나 항원처럼 신약개발에서 어렵고 관심이 큰 분야에서 기존 모델을 넘어서는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K-폴드'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할 국산 AI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소스코드는 오는 8일 깃허브에 무료로 공개된다. 하이퍼랩을 운영하는 히츠를 통해 웹사이트 내 챗봇 형식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구글 모델 못 잡는 'TPD' 등 혁신 분야서 강점
K-폴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소버린 바이오 AI 모델이다. 과거에는 단백질 구조를 하나 하나 검증하면서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해야 했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결합하는 화합물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만큼 예측은 쉽지 않았다.
그런 만큼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 하나를 발굴하기 위해 4~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해결책이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AI 모델 '알파폴드'였다. 다만 알파폴드는 진화 정보인 '다중서열정렬(MSA)'에 기반한 탓에 항체처럼 예측하기 까다로운 단백질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대신 K-폴드는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미리 학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알파폴드와 같이 매번 새로운 MSA를 만드는 불필요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단백질의 자유 상태(아포) 3차원 구조를 더해 정확도까지 끌어올렸다. 데이터가 부족한 분야의 경우 AI로 만들어낸 합성 데이터로 보강해 추가 학습을 진행했다.
알파폴드 등 기존 단백질 구조 예측 AI 모델의 약점으로 꼽히는 항체나 표적단백질분해(TPD) 같은 분야에서도 우수한 성능이 구현된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속도도 앞선다. 자료 정렬 과정이 사라지는 만큼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다. 최신 버전인 알파폴드3에서 20분 넘게 걸리는 작업을 K폴드에서는 24초만에 처리한다.
황 팀장은 "수만 개 신약 후보물질을 일일이 평가할 때 사전 계산이 필요하면 병목이 생기는데, K-폴드는 이 부담도 없다"며 "단순히 독자적인 국산 바이오 AI 모델을 출시하는 것을 넘어 성능적으로도 앞선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자체 AI 플랫폼 갖춘 대형사에게도 필요한 모델
정부의 목표는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의 AI 신약 개발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의 수요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91%가 AI 신약개발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신약 개발에 AI 모델을 활용하고 싶어도 전문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제약 바이오 업계가 정부, 유관기관에 바라는 관련 지원 1순위로도 'AI 전문인력 양성'이 꼽혔다.
정부 차원에서 K-폴드 개발을 지원하고 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협회 등을 통한 교육에 나선 배경이다. 게다가 단백질 구조 예측 AI 모델의 경우 대형 제약사들도 아직 자체 상용화에 나서지 못한 분야다. 실제로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이미 신약 개발에 자체 AI 플랫폼을 도입한 회사들도 단백질 구조 예측에는 외부 AI 모델을 활용해 왔다. 업계에서 K-폴드의 활용 범위가 중소형 제약사, 바이오텍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대형 제약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하는 배경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몇 년 전 알파폴드 공개 이후 신약 개발 업계 전반에서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K-폴드는 알파폴드에 견줄 수 있는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형 제약사는 물론 대형 제약사들도 신약개발 과정에서 폭넓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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