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결혼 의향 81.4%·日 57.6%…자녀 희망도 韓 76.8%·日 50.5%
양국 모두 결혼 조건은 '고용·수입 안정'…출산은 '경제적 부담 완화'
공동연구·교차 심포지엄 정례화…내년 한국서 2차 회의 예정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이 30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한상의
한국과 일본 청년 모두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데 경제적 안정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출산 의향 자체는 한국 청년이 일본 청년보다 높았지만, 안정적인 고용과 수입,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양국 청년의 인식이 일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일본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1차 회의 겸 저출산 대응 심포지엄'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한일 청년 의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양국 위원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면서 저출산과 인구감소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민간 협력 채널인 교류위원회도 공식 출범했다.
교류위원회는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지방 활성화와 저출산·고령화 등 공통 사회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데 맞춰 민간 차원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구성됐다. 대한상의와 일본상의는 지난해 12월 회장단회의에서 민간 교류협력 기구를 구성해 저출산 관련 정책과 연구 경험을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측 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일본 측 위원장인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양국 교류위원,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미무라 아키오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의장, 마스다 히로야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공동대표 등 양국 경제계·정부·지역 인사가 참석했다.
교류위원회가 지난 6~7월 한국과 일본에 거주하는 만 20~39세 청년 각각 2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청년의 결혼·출산 의향이 일본보다 높았다. 한국 미혼 청년 가운데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81.4%였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면 결혼하고 싶다'가 37.1%,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가 35.7%,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다'가 8.6%였다.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18.6%였다.
일본 미혼 청년의 결혼 의향은 57.6%로 한국보다 23.8%포인트(p) 낮았다.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42.4%에 달했다.
자녀를 원하는 비율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 청년은 이상적인 자녀 수로 '2명'을 꼽은 비율이 52.6%로 가장 높았다. '1명' 17.0%, '3명 이상' 7.3%를 합쳐 전체의 76.8%가 자녀를 원한다고 답했다. 일본 청년은 '2명' 28.9%, '3명 이상' 12.2%, '1명' 9.4% 등 50.5%가 자녀를 희망했다.
결혼과 출산 의향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에서는 공통점이 뚜렷했다. 결혼을 위한 조건을 복수응답으로 물은 결과 양국 모두 '본인·배우자의 고용과 수입 안정'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한국은 51.8%, 일본은 41.1%였다.
한국에서는 '주거비 부담 완화 등 신혼주택 확보'가 47.1%, '출산·양육하기 쉬운 환경'이 32.6%로 뒤를 이었다. 일본에서는 '본인·배우자의 고용과 수입 안정'에 이어 '특별한 조건이 없다'는 응답이 33.6%로 두 번째로 높았다.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조건에서도 양국 모두 '경제적 부담 완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은 56.0%, 일본은 46.7%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에는 양국 간 차이가 있지만, 안정적인 고용과 수입, 경제적 부담 완화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도 확인됐다"며 "양국 청년이 실제 삶에서 마주하는 공통 과제부터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이번 교류위원회의 취지"라고 말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이 30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대한상의
전문가 발제에서는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이 '청년의 지리적 선택지 확장을 통한 한일 저출산 완화 전략'을 발표했다.
조 교수는 "양국은 그동안 현금 지원과 육아휴직으로 출산·양육의 부담을 낮춰 왔지만, 이제는 인구밀도를 낮추는 정책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며 한일 청년들의 노동시장 국경을 낮출 것을 제안했다. 향후 민간 협력과제로는 관광에서 거주·워케이션을 거쳐 취업·정착으로 이어지는 경로 설계와 비자·자격인정·사회보험 등 제도 정비, 상대국 노동시장 진입 로드맵과 인구·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시했다.
이어 '한일 저출산 대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마스다 히로야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고, 한국 측에서는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선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이 참여했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생·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양상과 속도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국의 정책 대응과 성과 등을 비교하고 그 경험을 상호 공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고령화는 정부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계와 민간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협력이 중요하며, 이번 교류가 양국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는 지속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교류위원회는 앞으로 한일 공동연구·조사와 연 1회 양국 교차 개최 심포지엄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 공통 과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청년세대의 미래 인식과 결혼·출산 가치관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 정책 논의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차 회의는 내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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