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두 달 앞 USPS 규제 제동…대통령 선거개입 권한 쟁점
2020년 '블루 시프트' 뒤 대선 불복…광범위한 부정 증거는 없어
우편투표 기피에 공화당도 전략 수정…2024년엔 사전투표 독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추진한 우편투표 규제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6년째 이어진 그의 '우편투표 전쟁'이 중간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다시 미국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27일(현지시간) 미국우정청(USPS)의 새 우편투표 규정 시행을 14일간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서명한 행정명령을 구체화한 이 규정은 각 주가 유권자 명단을 연방정부에 제출하고 투표용지 봉투에 고유 바코드를 부착하도록 요구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USPS가 우편투표물 배송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일부 주가 중간선거 우편투표 용지를 발송하기 불과 일주일가량 전에 법원이 급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 24일 하급심의 집행정지를 풀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단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 다만 행정명령 자체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미국 헌법이 선거 관리의 주된 권한을 주정부와 의회에 부여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USPS를 통해 우편투표 절차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가 이번 소송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은 2020년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 주가 우편투표를 대폭 확대하자 그는 투표용지가 유권자의 집으로 배송되는 과정에서 대리투표나 투표용지 탈취, 허위 서명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망자나 비시민권자 등 투표 자격이 없는 사람의 이름으로 표가 행사될 가능성도 문제 삼았다.
그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하면서 논란은 폭발했다.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미시간 등 주요 경합주에서 개표 후반 바이든 전 대통령의 표가 빠르게 늘어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통한 부정 가능성을 주장하며 대선 결과에 불복했다. 당시 민주당 지지층이 우편투표를 훨씬 많이 이용하면서 늦게 집계된 표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우세한 이른바 '블루 시프트(blue shift)'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의혹을 키웠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선거데이터·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민주당 지지자의 약 60%가 우편투표를 이용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32%에 그쳤다.
우편투표에서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투표용지가 선거관리 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장소에서 작성되는 특성상 제3자의 강요나 투표용지 탈취, 허위 서명 등의 위험이 있고 실제 관련 범죄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미국 각 주가 서명 대조와 개인별 바코드, 유권자 명부 확인 등의 검증 장치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조사에서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광범위한 우편투표 부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규모의 부정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연방기관들도 대규모 투표 조작을 확인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선거 결과와 관련해 제기한 수십 건의 소송 역시 상당수가 기각되거나 패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화당 역시 이후 전략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우편투표 비판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사전투표를 기피하면서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스왐프 더 보트(Swamp the Vote)' 캠페인을 시작해 지지자들에게 우편투표와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우편투표 규제 강화에 다시 나섰다. 그에게는 우편투표에 존재하는 취약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반대 측에서는 대통령이 주정부의 선거 관리 권한까지 침범한다고 맞서고 있다. 2024년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의 약 30%가 우편으로 투표한 만큼 이번 싸움의 결과는 적지 않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2020년 대선에서 시작된 '부정선거' 논쟁이 6년 뒤에는 대통령의 권한과 미국의 선거 규칙 자체를 둘러싼 법정 싸움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 자료 =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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