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업체 문제에 인플루언서도 피해…책임 주체 ‘모호’
검증 중요성 커지지만…인플루언서도 업체 검증 한계
“거래구조 명확히 하고 영향 주체 책임성 검토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A씨는 지난 7월 평소 팔로우하던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공동구매를 통해 고가의 EMS 뷰티기기를 구매했다. 오랫동안 지켜본 계정이었던 만큼 별다른 의심 없이 안내받은 계좌로 돈을 보냈다. 하지만 약속한 배송일이 지나도록 제품은 오지 않았고 인플루언서에게 보낸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다. 뒤늦게 입금 계좌를 조회한 A씨는 해당 계좌에 사기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5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끈 이른바 ‘올드 아이폰’을 매개로 한 사기도 있었다. 인플루언서 공동구매를 통해 '그린테크라이프'의 중고아이폰을 구매한 B씨는 한 달 넘게 제품을 받지 못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약속한 환불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동구매가 하나의 쇼핑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거래 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소비자 보호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인스타그램에 '#공구'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252만건, '#공동구매'는 약 102만건의 게시물이 확인된다.
공동구매는 인플루언서가 일정 기간 특정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모아 판매하는 방식이다.
통상 판매업체는 인플루언서가 쌓아온 인지도와 영향력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소비자는 평소 팔로우하던 인플루언서의 제품 사용 경험이나 후기를 참고해 구매를 결정한다.
이 같은 SNS 공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배경에는 판매자와 소비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점이 있다.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일정 규모의 팔로워와 영향력을 확보한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을 알릴 수 있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별도의 대규모 광고·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잠재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 짧은 기간 주문을 집중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 판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이나 추가 구성, 사은품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SNS 공동구매가 활발해지는 것과 달리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에 비해 가격과 실제 판매 주체 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우선 '공구가'가 실제 최저가인지 소비자가 확인하기 쉽지 않다.
공동구매에서는 통상 정가보다 낮은 가격을 앞세우지만 해당 가격이 다른 온라인 판매처와 비교해서도 가장 저렴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같은 상품이라도 판매처마다 구성 수량과 배송비, 사은품 등이 달라 단순히 판매가격만 비교해서는 실제 할인 폭을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 여러 온라인몰의 판매가격과 구성, 배송비 등을 일일이 비교해야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공동구매 특유의 판매 방식도 충분한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1차 완판', '한정 수량', '이번이 마지막' 등 판매 기간이나 수량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공동구매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소비자가 다른 판매처와 가격을 충분히 비교하기 전에 구매를 결정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스타그램에 공동구매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글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SNS 공동구매에서는 상품 소개를 인플루언서가 하지만 실제 판매를 하는 업체는 다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비자는 평소 신뢰하던 인플루언서가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만큼 해당 인플루언서를 사실상의 판매 주체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계약 상대방은 별도의 판매업체인 경우가 많아 배송 지연이나 제품 하자, 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가 누구에게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중고 아이폰 공구 사례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20일까지 판매업체인 그린테크라이프와 관련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은 총 218건이었다. 이 가운데 86.7%인 189건이 제품 배송 지연 등 '계약불이행 또는 환급 지연'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피해가 커지자 불만은 해당 제품의 공동구매를 진행한 인플루언서들에게도 향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플루언서의 소개와 추천을 믿고 제품을 구매한 만큼 배송과 환불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인플루언서는 자신도 판매업체를 믿고 공동구매를 진행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해명했다. 제품 공급과 환불 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당시 한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SNS에 "저 또한 사비로 이벤트를 진행하며 아이폰 두 대를 구매한 상황이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며 "믿고 구매해주신 분들께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며 끝까지 상황 확인 및 대응을 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SNS 공동구매의 복잡한 책임 구조와 함께 공구를 진행하는 인플루언서 역시 판매업체의 신뢰성을 완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여줬다.
인플루언서가 사업자등록 여부나 제품 정보 등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실제 업체가 충분한 재고를 확보했는지, 주문 물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능력이 있는지, 향후 환불 요구에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판매업체가 직접 다이렉트메시지(DM) 등으로 공구를 제안하거나 별도의 벤더·중개업체를 통해 계약이 이뤄지는 시장 특성상 중간 단계에서 업체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인플루언서도 의도치 않게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거래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공동구매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소비자 보호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소비자가 공동구매의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가격 정보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정가 대비 할인율'이나 '공구 특가'를 강조하기보다 할인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가격과 상품 구성, 수량, 배송비 등을 명확하게 제공해 소비자가 다른 판매처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 발생 시 책임 주체를 소비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거래 단계부터 거래 구조를 명확하게 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판매자가 누구인지, 배송과 교환·환불 등의 책임은 어느 사업자가 부담하는지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판매업체와 인플루언서를 연결하는 공동구매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 플랫폼의 판매업체 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입법이나 규제 체계의 보완이 이뤄진다면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체들의 책임성도 함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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