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상원 선거 흔드는 AI 데이터센터
공화당 선거조직, 빅테크에 ‘민심 악화’ 경고
친AI 내건 트럼프 전략, 11월 중간선거 복병으로
3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인공지능(AI)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AI를 가동하는 데이터센터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표 잡아먹는 괴물'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면서 전기요금 상승과 전력망 부담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커진 데다 소음·빛 공해, 거대한 창고형 시설의 난립까지 겹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탓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 선거를 담당하는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NRSC)는 최근 주요 AI 기업들에 전달한 비공개 메모에서 데이터센터를 향한 여론 악화가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수성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당과 AI 업계가 실시한 내부 여론조사에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사용 후 핵폐기물'만큼이나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가져오는 경제적 이익보다 자신들이 떠안아야 할 비용이 더 크다고 인식한다. AI용 서버를 식히기 위해 대량의 물을 사용하고 막대한 전력을 끌어쓰는 반면 지역에 생기는 상시 일자리는 기대보다 많지 않다는 불만이다.
오하이오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과 세제 혜택, 제한적인 고용 효과 등을 문제 삼아 최소 18개 지역사회가 개발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거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가 AI 산업의 상징을 넘어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내느냐'는 생활비 문제로 번진 셈이다.
이 같은 반발은 공화당에 더욱 뼈아프다.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오하이오주에서는 공화당 소속 존 허스테드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셰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이 맞붙고 있다. 브라운 전 의원은 허스테드 의원을 '오하이오 데이터센터의 얼굴'이라고 몰아붙이며 수백만 달러 규모의 광고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브라운 전 의원이 허스테드 의원을 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NRSC는 메모에서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누가 혜택을 받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지역사회가 왜 이를 원해야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하이오에서 공화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발이 전국으로 번져 미국 AI 산업의 인프라 확충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했다.
17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시민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오하이오 지역 매체 뉴스5클리블랜드 홈페이지 캡처
악시오스는 미국인의 약 70%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규제를 최소화하고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을 대폭 늘려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공화당 역시 AI 산업을 미국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을 동시에 부흥시킬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전기료와 물 사용 문제가 유권자의 생활비 문제로 직결되면서 친AI 정책이 오히려 선거 부담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에 민주당은 정반대의 선거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애리조나와 뉴욕, 일리노이 등 민주당 주지사들이 잇따라 세제혜택을 중단하거나 신규 개발에 제동을 걸었고, 각지의 민주당 후보들도 전기요금과 물 사용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역시 데이터센터를 신속허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공화당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졌다. AI 패권을 위해 데이터센터 건설에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첨단기술 경쟁보다 매달 날아오는 전기요금과 집 근처에 들어서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 먹거리로 띄운 AI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새로운 정치적 청구서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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