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선 빗장 잇따라 푼다…한화·HD현대에 커지는 기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8.18 15:00  수정 2026.08.18 15:00

존스법 유예 11월까지 연장…외국적선 연안운송 허용

美 투자 외국 조선사엔 군함 첫 2척 본국 건조 허용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필리십야드 4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자국 조선·해운산업을 보호해온 빗장을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존스법(Jones Act) 유예를 90일 추가 연장한 데 이어, 미국에 조선소를 짓거나 현지 조선사를 인수하는 외국 업체엔 미 해군 함정 일부를 본국 조선소에서 먼저 건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한화와 HD현대의 역할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미국 해사청(MARAD)과 백악관 등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 3월부터 시행해온 존스법 유예를 오는 11월15일까지 다시 연장했다. 존스법은 미국 내 두 지점 사이 화물 운송에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운항하는 선박을 이용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차질이 생기고 유가·연료비 부담이 커진 데 따른 대응이다. 3월17일 60일 유예를 시작으로 5월18일 90일 연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연장으로, 존스법 제정 이후 가장 긴 유예가 이어지게 됐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하원의원 52명은 지난 6월30일 "비상 상황이 완화됐다"며 예정대로 8월16일 종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반발을 의식해 적용 대상을 에너지 화물로 좁히고 외국적선 운항을 개별 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유예가 장기화하는 배경엔 미국 자체 선박 공급능력의 한계가 있다. 존스법 예외 운항은 3월 첫 유예 이후 8월3일까지 208건에 달했다. 백악관이 2월 공개한 '미국 해양행동계획'에 따르면 미국 내 조선소 66곳 중 실제 선박을 건조하는 곳은 8곳에 불과하고, 세계 신조 상선 중 미국산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더 주목되는 것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다. 원칙적으로 금지돼온 미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핀란드 모델'을 통해 최대 3개 함종에서 허용했다. 외국 조선사가 미국에 새 조선소를 짓거나 기존 조선사의 지배지분을 확보하고 미국인을 채용·교육하며 기술과 공급망을 이전하면 첫 2척은 본국에서 건조하고 이후 물량은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식이다. 미 국방당국은 90일 안에 신형 수상전투함과 CONSOL 유조선, 롤온롤오프(Ro-Ro)선 등에 이를 적용하는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 해군 소속 4만1000톤급 화물보급함 'USNS앨런 셰퍼드함'이 정기 정비를 위해 울산HD현대미포 인근 염포부두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HD현대중공업

이 같은 변화는 미국 투자를 확대해온 국내 조선업계와 맞닿아 있다. 한화는 2024년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총 50억 달러를 투자해 도크 2기와 안벽 3기를 추가하고, 연간 2척 미만인 생산능력을 최대 20척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화쉬핑은 필리조선소에 MR탱커 10척과 LNG운반선 2척을 발주하며 현지 일감을 확보했다.


HD현대도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 최대 군함 조선업체 헌팅턴잉걸스(HII)와 함정 건조 협력을 추진하며 이달 잉걸스조선소에 지능형 용접 장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상선 분야에서는 미국 Edison Chouest Offshore(ECO) 계열 Tampa Ship과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건조에 협력하며 2028년 첫 선박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존스법 유예를 한국 조선사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완화로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조치는 한화나 HD현대가 한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곧바로 미국 연안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미국 선박을 보완하기 위해 특정 화물에 한해 외국적선 운송을 허용한 한시적 조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산 선박을 우대하면서도 부족한 생산능력을 메우기 위해 외국 선박과 해외 조선사의 기술·생산능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면서 “미국 현지 생산기지와 기술이전 능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선박 수출을 넘어 미국 조선산업 재건 과정에 직접 참여할 여지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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